본문 바로가기

낮, 법무법인 창천에서./법률 상식 & 서식

[형사] 영장실질심사 받는 요령

어제 의뢰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었고, 다행히 기각 결정이 나왔다.


이번 포스팅은 일반인이라면 경험하기 힘든, 그러나 본의 아니게 받지도 모를,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일반인의 관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관하여 간단히 언급하려 한다.

본인이 범죄사실에 대하여 자백을 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역할이 크지 않다. 자신의 행위에 따른 책임을 초과하는 형사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자백을 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기관의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주된 변론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죄가 있거나 공범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변호인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영장이 청구된 경우에는 변호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판사는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수사기관의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내용과 심문기일에서의 문답 만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영장실질심사에서의 변호인은,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영장 청구 사유가 사실관계를 곡해하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도록 피의자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법정에서 변론을 하고 의견서를 제출하여 판사로 하여금 영장 발부 여부에 신중을 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영장실질심사를 여러 번 받아본 피의자가 아닌 이상 영장실질심사 제도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충실히 판사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선변호인이 선임하도록 하지만, 영장실질심사 직전에 국선변호인과 10~20분 가량 접견을 하면서 복잡한 사건의 스토리를 이해시키기는 매우 곤란하다.

그러므로 피의자 본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면,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적어도 (기각 결정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유한다.

어쨌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실질심사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간단히 영장실질심사의 절차와 내용을 포스팅해본다. 

일반인이 가볼 일이 없는 법정이다.


1. 영장실질심사의 절차

가. 통지

영장실질심사는 대체로 아래와 같다.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에는 유치장에서, 불구속된 피의자의 경우에는 집으로 심문기일 통지서가 온다. 불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대체로 심문기일의 2~3일 전에 영장실질심사 심문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 출석

영장실질심사의 경우 일정한 시각에 당일 오전 또는 오후에 심사를 받는 모든 피의자를 출석시킨다. 가령 오전 심문기일이 지정된 경우에는 10:30(안내문 상으로는 30분 일찍 오라고 하므로 10:00)까지 해당 법정에 도착하여야 한다. 보통은 담당 형사가 사전에 연락을 하므로, 만일 늦게 된다면 반드시 그 형사에게 미리 연락하여 그 사정을 말하여야 한다. 특별한 사정 없이 불출석하는 경우에는 도주의사가 있다고 보아 영장이 발부된다.

다. 접견

안내된 장소로 가면, 국선변호인이 2~3인 대기하고 있다. 원하는 국선변호인에게 가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가능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국선변호인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형사피의자를 여러 명 순차 접견하기 때문에, 어느 피의자에게만 특별히 많은 변론을 하기가 어려우므로, 다른 피의자보다 자신이 더 억울하다는 점, 구속이 되면 생계가 어렵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자.

국선변호인의 경우에도 영장을 기각시키기 하여 노력하므로, 당일 접견한 형사피의자 중 기각 가능성이 높은 형사피의자에 대한 변론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접견의 시간은 원칙적으로 무한대이므로,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자. (인생이 걸린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라. 심문

대부분의 피의자가 출석했다고 판단하면 순서가 정해지는데, 일반적으로는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피의자에 대한 심문이 먼저 진행된다(이 시간에도 국선변호인은 형사피의자를 접견하여 영장심사 과정에서 어필할 수 있는 사항을 정리한다).

심문에 들어가면, (불구속피의자의 경우) 법대 위에 판사가 있고, 판사의 정면에 피의자 자리가 있다. 그리고 변호인은 오른 편에 있으며, 수사기관(형사)는 피의자 뒤에 있는 방청석에 있다. (검사의 경우, 구속 피의자나 검사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에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출석을 하면, 판사가 간단하게 인정신문(성명, 나이, 주거지 등을 물음)을 하고,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한다.

(1) 혐의사실을 인정하는지

(2) 영장청구서 상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이 맞는지 구체적으로 물음

(3)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이후 변호인에게 의견을 진술하라고 하고, 심문절차를 종결한다.

마. 구인

심문이 끝나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워 대기장소에 인치한다. 경찰 수사단계라면 경찰서 유치장, 검찰 수사단계라면 구치소가 일반적이고,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당일 밤까지 해당 장소에 유치되어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2.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요령

가능한 영장청구서를 사전에 등사하여, 그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점 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하여야 한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판사는 단순히 영장 발부 여부만을 결정하므로 수사의 내용에 관하여 상세히 알지 못하고 추후 피의자에 대한 형사판결을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특별히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므로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판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판사에게 본인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반성문이나 탄원서 등을 지참하여 제출함으로써,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저녁에 판사가 해당 내용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권유한다.

심문 과정에서는, 아래의 포인트를 기준으로 자신의 입장을 판사에게 설명하면 될 것 같다.

(1) 도주할 생각이 없고, (생계 등으로) 도주할 수도 없다.

(2)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고, 인멸할 증거가 없다.

(3)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진지한 사과와 함께 합의를 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4) 나는 전과가 없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

(5) 구속이 될 경우, 생계를 잃게 되어 먹고 살 길이 없다.

다만, 거짓말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바로 뒤에는 직접 수사를 했던 형사가 방청하고 있다. 만일 수사단계에서 있었던 일을 거짓으로 진술할 경우, 판사가 바로 형사에게 사실을 확인하거나 반대로 형사가 판사의 허가를 얻어 해당 내용이 거짓임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할 경우, 매우 불이익하게 작용될 수 있다.


결론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본인의 입장을 재판부에 충실히 설명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변호인을 해당 심문 단계만이라도 선임을 하는 것을 권유하지만, 만일 선임이 어렵다면 최소한 상담이라도 받으면서 해당 형사사건에서 영장 청구를 기각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보자.

그리고 그 포인트를 위주로 본인의 입장(구속이 필요하지 않다)을 충실히 재판부에 설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