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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로스쿨 이야기.

[로스쿨] 여름방학, 겨울방학 인턴은 어디에서 해야할까?

법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갔기 때문에, 내가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던 때는 2011년경. 그러니까 내가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시절이었다. 당초부터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었던 나는, 로스쿨 1학년 때만 하더라도 사회생활을 거친 형님/누님 동기분들께서 로펌 인턴(로스쿨 과정에서 이수하여야 하는 인턴을 의미한다, 이하 '인턴'이라 함)을 준비할 때에- "어차피 나중에 일만 하고 살아야 할 텐데, 방학 땐 놀아야지!"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취업을 하고 나니, 진짜 일만 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기왕 노는 것 그냥 과감하게 배낭여행이나 다녀올 걸- 하는 뒤늦은 후회도 많이 했다)

뭐- 여튼, 2학년 여름방학이 될 무렵부터- 대부분의 동기들이 중간고사가 끝나면 인턴에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 정확히는 "너는 이번 여름에 어디로 지원할 거니?"라는 질문에 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슬슬 인턴이란 걸 지원해야 뭔가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지만. 당시 나는 인턴은 인턴이니 직업 탐색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지원했고, 실제 합격했던 인턴 기관과 기간은 대략 아래와 같다.

1. 로스쿨 2학년 여름방학 : 한국공정거래조정원(2주), 검찰 일반 실무수습(2주)

2. 로스쿨 3학년 여름방학 : LG유플러스(2개월)

위와 같이, 난 인턴을 몇 번 하지도 않았고, 로펌 인턴을 아예 안 했다. 왜냐하면, 난 당시만 해도 로펌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무엇보다 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더 엄밀히 말하면, 나는 당시 "변호사"가 되고 싶었을 뿐 변호사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냥 변호사만 되면 알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2학년 때야 성적이 엄청나게 떨어졌으므로, 2학년 겨울방학 때 로펌 인턴에 지원해봤자 탈락했겠지만,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지원이라도 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웃긴 건, 로펌에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나는, LG유플러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하여 부득이 로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로스쿨 기간 중의 인턴은 "내가 하기 싫은 것"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LG 유플러스에서 2개월 동안 일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 생각과 달리 나는 로펌 생활에 잘 맞는 것 같고, LG그룹에서 계속 일을 했다면 도리어 사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G 그룹이 이상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주된 목표가 바뀌거나 점점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직장의 환경이 (능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같이,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나와 많이 다르다. 10년 전의 나는 내가 영원히 10년 전의 내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았다.


로펌을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

로스쿨에 다닐 때에는 로펌의 구조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했고, 비록 연봉은 일반 기업체보다 많다고 하지만, 매일 자정 넘어서 퇴근하고 주말 중 하루 정도는 출근해야 하고, 6~7년 차부터는 파트너 승진 경쟁도 해야 하는데 10명 중 1명도 파트너가 될 수 없고 하는 그런 것이 싫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말해서, 빡세게 살고자 하는 의욕도 없었고, 그런 의욕을 가질 필요성도 못 느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몰라서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지만, 당시의 나는 그냥 적당히 월급 받고 살고 싶었던 것 같다(당시만 해도, 회사에 가면 적당히 월급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만큼 물정을 몰랐다;;). 애초에 지방 출신이라 서울 생활에 대한 애정도 딱히 없었고, 순천에 내려가서 살아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도 있었기에.

참고로, 당시의 나는 검찰에 의외로 조금 관심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검사야 말로 (승진 욕심 없이) 적당히 일하면 월급도 받고 정년도 보장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당시 마혜리 검사가 나오던 드라마 검사프린세스가 재미있었기 때문이기도). 2학년 여름방학 검찰 일반 실무수습에서 검사님들의 세계를 지켜보고, 아, 나는 검사를 하면 절대 안 되겠다는 가르침을 받게 되어서, 로스쿨 2기의 검찰 선발 과정에서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어차피 성적 때문에 안 되었을 것이다).


1학년 여름방학/겨울방학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가 이 시기에 인턴을 하고자 한다면, 단연코 "내가 관심 없는 직역"에 대한 실무수습을 받았을 것 같다. 어차피 채용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렁설렁 해도 양심의 가책이 덜 느껴졌을 것 같기도 하고.

이 글을 쓰면서 계속 하는 말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하기 싫은 직역일수록 실무수습을 받아보는 것이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대형 로펌의 경우, 내가 이 세계를 먼저 알았다면, 어른들의 세상에 조금 더 눈을 빨리 떴을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관심사도 끌어냈을 것 같고, (당시에는 의욕을 잃어버렸던) 2학년 이후의 학업을 조금 더 열심히 마쳤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하기 싫은 직역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실무수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검찰/법원 실무수습 제외) 도, 실무수습 자체가 채용과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실무수습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실무수습을 받았을 때에는 로스쿨 2기 과정이었기에, 그러한 실무수습 과정 자체가 새로 만들어지던 시기였기에, 다소 정신이 없었던 것 같기도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채용은 어차피 실무수습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특히 신규 직역을 채용하더라도 경력직 출신 지원이 허다하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 실무수습을 받았다 하더라도 채용 과정에서 메리트가 적다.


2학년 여름방학/겨울방학

로펌과 사기업(사실 졸업한지 8년이 되었기에, 요즘에도 사기업이 실무수습 과정을 통하여 변호사를 채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혹시라도 검찰에 관심이 있다면 검찰 일반/심화 실무수습, 법원에 관심이 있다면 법원 실무수습.

이건 너무 당연한 소리라서 여기에 쓰는 것이 좀 겸연쩍지만, 나는 2학년 여름/겨울방학 때 로펌에 지원 자체를 안 했었다. 나 같은 괴짜들이 있을지 모르기에. 그리고 나 같은 괴짜도 당시 로펌 인턴 생활을 하지 못했던 걸 후회하고, 만일 로펌 인턴 생활을 하였다면, 학교 생활을 조금 더 충실하게 보냈을 것이란 생각이 들고 있기에, 당연한 말이더라도, 2학년 여름방학/겨울방학 때 로펌 인턴을 꼭 받아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대형 로펌이어야만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형 로펌에서 일할 사람은 한정적이고, 서초동 로펌이라고 불리는 중소형 로펌의 워라밸은 대형 로펌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서초동 로펌의 인턴을 받아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특히 채용 가능성은 (본인의 역량과 사무실의 매출에 따라) 서초동 로펌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사실 원래 이런 주제로 글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써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