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닌 직종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변호사들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다. 매일 야근하느라, 주말에도 출근하느라 돈 쓸 시간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아이패드를 지르기 좋은 환경인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생산성과 관련지어 이야기를 하자면, 송무를 하는 변호사들은 언제나 소송기록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업무와 관련하여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시간이 꽤 긴 편이다.
요즈음에는, 로스쿨에서 학습 보조장비로 사용하던 아이패드가 있기 때문에, 굳이 변호사가 된 다음에 구매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난, 로스쿨 3학년 재학 중이었던 2012년, 아이패드 3(당시 이름은 "뉴 아이패드")를 구매했었다. 그때 뉴 아이패드를 구매했었던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1. 로스쿨 3학년인데, 뭔가 한 번 지르고 싶었다(일명 지름신. 요즘 말로 FLEX).
2. 학교 컴퓨터실에서 일일이 학습자료 프린트하기가 귀찮았다. PDF로 읽으면 되는 것 아닌가?
현실은?
당시 신나게 지고 있던 KIA 타이거즈 경기를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대투수 양현종 님도 죽 쑤고 있던 시절... 특히나, 그 때에는 아이클라우드가 활성화되지도 않았던 시절이어서, PDF를 읽으려면 아이튠즈로 파일을 옮겨야 했고....
하여튼 요즘보다 PDF 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았다. 부모님으로부터 용돈 받아 쓰던 시절, 뉴 아이패드를 사고 너무너무너무 많은 후회를 했었다.
어쏘 변호사 시절, 아이패드가 필요했을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른바 어쏘 변호사로서, 급여를 받으면서 송무 업무를 주로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는 건설, 부동산 팀에 있었기 때문에-. 정말 너무나도 많은 기록(건설 사건의 경우, 소송기록에 설계서, 계약일반조건, 계약특수조건, 일반시방서, 특별시방서, 계약내역서 등등 너무 많은 서류들이 있기 때문에, 재판을 갈 때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이 있었고, 의외로 로스쿨 재학 중 샀던 아이패드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과연 나는 당시 아이패드를 잘 활용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가 되었을 때에, 아이패드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록의 내용이 두꺼울 수록 오히려 종이로 기록을 보는 것이 더 편한 것 같다. 차라리 소송기록이 얇다면, 오히려 아이패드로 기록을 보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기록의 내용이 많으면 많을 수록, 플래그를 붙여 가면서 종이 기록에 표시를 하고, 필요할 때에 해당 부분을 직접 넘겨서 확인하는 것이- 아이패드로 PDF를 검색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다.
특히, 판사님의 질문에 대한 즉답이 필요할 때와 같은 경우, 다시 말하여 재판을 할 때에는 종이 기록을 들고 가는 것이 내 마음이 무척 편했다. 간혹 법원에서 다른 변호사님들을 볼 때에,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이용하여 기록을 다시 열람하려 하시다가.. (갑자기 노트북 윈도우가 업데이트를 한다든지- 아이패드에서 핫스폿 접속이 안된다든지 하는..) 사고가 터지고.. 아이패드의 경우, 아이메시지가 왔을 때 띠링 하거나- 아무튼 그런 일들이 간혹 있었다.
개업 변호사가 된 지금, 새삼스럽게 아이패드를 구입한 이유?
하지만 2020년이 된 지금. 마침 아이패드 프로 4세대가 출시되었다고 하여, 아이패드 프로 4세대 12.9인치를 구매하게 되었다.
원래 나는 아이패드를 딱히 구매할 계획이 없었고- 장기적으로, 윈도우 서피스 프로를 구매할 계획이었다. (사실 이번 윈도우 서피스 프로 7이 LTE 지원을 했다면, 서피스 프로 7을 구매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패드를 구매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대법원 전자소송이 iOS를 잘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 기록과 관련해서는 굳이 윈도우 태블릿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2. 원드라이브 및 MS Office가 모두 지원되기 때문에, 아이패드로 기록을 보거나 문서를 열람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다(다만, 아이패드를 사용하여 본격적인 계약 작업이나 소송 서면 작성 작업을 하는 것은 여전히 윈도우보다 불편하다). 참고로, Mac 용 MS Office는 Window 용에 비하여 기능이 부족하고 최적화도 잘 되어 있지 않다.
3. 집이나 외부에 있을 때,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즉시 확인하고 답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패드의 경우 어떤 소송기록이라도 언제나 확인이 가능하다(종이기록은 대체로 회사에 있기 때문).
4. 회의할 때에 메모를 할 경우, 그 메모를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 없다. 내 경우, 종이 메모를 활용하고, 회의 후에 다시 종이 메모를 복기하거나 정리하여 다시 파일로 정리를 하였는데, 아이패드에서 Onenote를 활용할 경우, 그러한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5.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2020년이 된 지금- 아이패드가 아니더라도 디지털화된 업무 환경에 내가 적응해야 한다. 못해도 20년 이상 이 일을 해야 하는데, 굳이 앞선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앞선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도태당한다. 어차피 언젠가 활용할 것이라면, 빨리 해야 한다.
향후 몇 년 내에 (아이패드가 아니더라도) 법률 업무는 디지털화된 플랫폼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종이기록에 익숙하다 하더라도, 아이패드에 익숙해져야 조금 더 효율적을 일할 수 있을 것이다.
2 in 1 노트북으로 아이패드를 대체할 수 없을까?
나름대로, 아이패드를 구매하지 않고, 메모나 소송기록도 함께 보기 위하여, 씽크패드 X1 Yoga를 구매했었다. 이 블로그에도 당시 노트북을 살 때에 했던 고민을 많이 포스팅한 바 있다.
그러나 1년 넘게 X1 Yoga를 사용하여 보니, 2 in 1 윈도우 노트북은, 아이패드 + (그냥) 노트북보다 특별히 이점이 없는 듯한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일반 모드와 태블릿 모드 전환이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X1 yoga를 태블릿 모드로 전환하려 할 때에 빠릿빠릿하게 바뀌어야 하는데, 빠릿하게 바뀌진 않았다. 그리고, 확실히 (아이패드건 안드로이드건) 태블릿에 비하여 반응이 느린 편이다.
2. 막상 메모를 하거나 재판기록 같은 걸 보려고 부팅을 하면, 윈도우 업데이트가 뜬다.
3. 태블릿 모드일 때는 화면보호기 모드가 작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작동한다. 아주 잘 작동한다. 회의하다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 노트북이 잠들어 있다.
4. 2 in 1 노트북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사실 태블릿 + 일반 노트북으로 구매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5. 태블릿 상태에서 잠들기 모드로 두면, 배터리 소모가 너무 빠르다. 가령 재판을 할 때에 소송기록을 보기 위하여 반드시 배터리 체크를 일일이 해야 한다. 물론 아이패드도 그렇긴 하겠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 충전 안 했다고 하여 배터리가 심각하게 낮아지진 않는다. 그러나 2 in 1 노트북의 경우, 충전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면, 막상 필요한 그 순간에 방전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2 in 1 노트북으로 아이패드를 대체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서피스 프로 7은?
법무법인 창천에 서피스 프로 7을 사용하는 다른 변호사님이 있어서, 이것저것 살펴보았는데-. (아이패드에 비하여)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1. 2 in 1 노트북과 다를 바가 없다. 내가 X1 yoga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2. LTE 지원이 안된다. 물론 서피스 프로 X의 경우 LTE 지원이 되지만, 이 쪽은 ARM 이라는 문제가 있어, 윈도우 기반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3. 아이패드보다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다. (키보드의 겨우 확실히 저렴하지만, 난 노트북이 있기 때문에..)
사실, 내가 아예 노트북이 없었다 하더라도, 서피스를 구매했을 것 같지는 않다. LTE 지원을 안 하기 때문.
내가 아이패드를 구매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바로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큰 장비를 원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아이패드 프로 4세대 12.9 인치를 구매했고, 최대한 많이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아이패드 프로 4세대 12.9 인치 Vs 아이패드 프로 2세대 11인치 Vs 아이패드 에어 3세대"를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끝.
아래 링크를 통하여 제품을 구매할 경우,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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