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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법무법인 창천에서./판결로 바라본 그 때, 그 사건.

부러진 화살 사건의 전 판결에 대한 이정렬 판사의 글

영화 '부러진 화살'의 흥행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다시 바람처럼 불 기세이다. 아직 필자는 부러진 화살을 관람하지는 못하였지만, 영화의 모델이 된 김명호 교수의 관련 사건에서 주심판사였던 이정렬 판사의 당시 사건에 대하여 2007. 작성된 글이 있어 그 일부를 본 블로그에 실어보고자 한다.(출처는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2585 이며, 글의 전문은 옆 출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ㅜ)


우선 부러진 화살의 관련 사건을 연대기로 정리하자면 대강 다음과 같다.

1995. 1. 대학별 고사 수학 문제의 오류 주장
1995. 10. 교수 승진 탈락 -> 김명호 교수 부교수 지위 확인의 소 제기
1996. 재임용 탈락
1997. 부교수 지위 확인의 소 패소 확정(대법원)
2005. 김명호 교수 교수직위 확인의 소 제기
2007. 1. 12. 박홍우 부장판사(서울고법 민사2부)의 원고 패소 판결 ->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2007. 1. 15. 피고인 김명호의 상해 혐의 사건 발생
2007. 10. 15. 서울동부지법 유죄 인정, 징역 4년 선고 ->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여기에서 영화화 된 사건은 2007. 10. 15. 이후 진행된 형사사건이고, 그 배경이 된 판결을 내린 판사이자 피해자 박홍우가 진행하였던 '교수직위 확인의 소'의 주심판사가 위 글의 작성자인 이정렬 판사이다.

즉, 이정렬 판사는 상해 사건이 발생하자 위의 글을 작성하여 사법부 내부 통신망에 올린 것인데, 그 글의 내용을 아래에서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다만, 아래의 글을 읽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민사소송에서는 변론주의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변론주의 원칙이란 '민사 소송에서 소송의 해결이나 심리 자료의 수집을 법원의 직권으로 하지 아니하고 당사자에게 맡기는 주의, 형사 소송에서 피고와 원고의 변론에 의하여 재판하는 주의'로서 당사자가 소송상의 주장을 충실히 하지 않거나 그 입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사건의 제3자인 법원은 이에 대하여 친절하게 확인해주거나 소송상의 주장을 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아예 그 입증 또는 주장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당사자의 불이익이 되는 사실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이정렬 판사는 스스로가 주심으로서 판단하였던 사건으로서 판결 자체에는 외부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정렬 판사는 김명호 씨의 민사 사건을 미국 연수 중 우연히 김명호 씨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원고의 주장을 알게 되었고 심정적으로 그 주장에 수긍하였다는 점을 말한다. 우연히 서울고등법원에서 김 교수 사건을 배당받았는데, 이 때 스스로 '회피'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 결과적으로 부적절하였다고 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사건을 맡아 기록을 보면서, 이정렬 판사는. 교육자의 자질 판단이 상당히 주관적일 수 없다는 점을 아래와 같이 느꼈다고 한다.(굵은 글씨는 위 글을 발췌한 것이다)

"일회독(一回讀)을 마치고 든 생각은, 원고가 상당히 실력있고 출중한 사람이라는 점, 원고 주장의 입시문제오류에 관한 입증이 잘 되어 있었다는 점,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원고의 문제오류지적에 대한 보복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어도 간접증거들에 의해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함께 '역시 재판은 양쪽의 말을 모두 들어보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고의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문제삼는 피고쪽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고, 그래서 판사로서, 원고로서, 피고로서의 각각의 입장에서 기록을 여러 번 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원고의 주장 자체로 이유없는 부분이 발견된다. 즉, 1996. 3. 1. 재임용거부결정이 없었음에도 원고가 그 날짜를 주장하고 있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원고가 주장한 사항들이 상당히 많았던데다가 직권(職權)으로 검토해야 하는 법리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원고가 청구취지에서 1996. 3. 1.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있었는데, 3. 1.은 삼일절이라 공휴일이어서 학교측에서 그 날 결정을 하였을 것 같지도 않고, 원고가 그 날 통지를 받았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기록을 샅샅이 살펴보니 증거상으로는 2. 29.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변론재개 이후 추가로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재임용거부결정은 실제로 3. 4.에 있었습니다). '원고는 1996. 3. 1.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증거들을 종합하면 1996. 2. 29.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 주장의 위 일시에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사건이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바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지 않고, 다시 석명을 하여 원고 측에 날짜를 수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1996. 3. 1.의 재임용거부결정 날짜를 끝까지 주장하였고,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를 당사자 간의 '다툼이 없는 사실'로 정리함으로써 위 날짜와 관련되어 원고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배려를 하였다.

"석명준비명령에 대한 원고의 답변은 저희 재판부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3. 1.에 있었음을 재차 주장하였고, 석명준비명령에 담긴 저희 재판부의 뜻을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원고에 대해서 더 이상의 배려를 하는 것은 심판자라는 법관의 객관적 입장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 재판부의 뜻을 몰라주는 원고가 야속하기도 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만, 부장님께서는 이를 다툼없는 사실로 정리함으로써 원고에게 생기는 불이익을 막아주셨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후에도 소송 자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는 학자적인 양심, 또는 특유의 떳떳한 태도로 약간은 세속에 초월한 듯한 소송 태도를 보였고, 판사에 따르면 결국 원고의 소송상 주장이 불명확하거나 불성실하여 재판에서 입증 실패로 인한 패소 판결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006. 12. 22. 마지막 변론기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원고의 교육자적 자질에 관한 입증을 위해 피고가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진행되었습니다. 증인들은 원고에게 불리한 취지로 증언을 하였고, 박 부장님께서는 원고에 대하여 반대신문을 할 것을 고지하셨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반대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사건의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원고가 증인들의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탄핵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저로서는 의외의 일에 다시 한번 아쉬워하였습니다. 그리고, 원고는 법정에서 '나는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가정교육{아마도 인성(人性)교육을 말하는 취지인 것 같았습니다}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