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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시시콜콜 리뷰.

일기

빙판에 미끄러질까, 망설여져 3일간 학교를 안 갔더니 덕분에 낮밤이 바뀌었다. 졸음도 없고, 계절의 즐거움도 사라질 무렵이라 무얼 할까, 중앙도서관이다. 

이어폰을 꽂고, 그동안 날 감당했던 목발도 버려두고 조심조심 바깥으로 나왔더니, 두텁지도 얇지도 않은 눈송이가 영글었던 참이다. 

밤하늘의 짙음과 가로등의 붉은 빛이 투과된 눈송이가 황홀해서, 오원근 씨가 말했던 산중의 강아지가 생각났다.

부러진 다리 덕분에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 차분해질 수 있고, 홀로 시간을 느리게 보내는 법도 배웠고, 잉여로움의 끝자락도 맛보았다. 

내리막길과 계단을 내려갈 때, 발목이 꺾이지 않는 것만 제외한다면 내 다리는 적당히 기능하고 있다. 

정말 적당적당히 잘 굴러가는 우리의 세상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