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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법무법인 창천에서./법률 상식 & 서식

[저작권] 폰트 관련 저작권의 법리

2~3년 전부터, 상업용으로 쓸 수 없는 폰트를 사용하여 상업용으로 간판을 게시하거나 또는 PPT나 IR 자료를 만들어 배포할 경우, 법무법인(또는 법률사무소)에서 주식회사 XX의 위임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내용증명 우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상에서 꽤 많은 정보가 있고, 현재 시점에는 관련 판결도 꽤 나온 상황이긴 한데, 여전히 이미 나온 판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내용증명우편을 보내고, 폰트를 구매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 우편을 기계적으로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므로, 위 내용증명 우편에는 민사적인 책임에 더하여 형사고소를 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대체로 실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 법적 구제절차에 착수할 때에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폰트 자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발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컴퓨터프로그램으로서의 저작권"은 보호되므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출력한 결과물은 폰트 제작사의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침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 논리는 결과적으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2020. 1. 현재 판결례를 확인하면, 폰트와 관련하여, 저작권의 법리는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02. 8. 3. 주식회사 OO(이하 ‘OO’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피고가 OO에게 OOO산 쌀을 위한 신규브랜드 개발용역을 계약금액 9,500,000, 계약기간 2002. 8. 5.부터 2002. 10. 3.까지로 정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고 한다). OO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OOO 단풍미인’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위 ‘OOO 단풍미인’이라는 문구를 이용한 상표 디자인(이하 ‘이 사건 디자인’이라고 한다)을 개발하여 피고에게 납품하였는데, 이 사건 디자인에 포함된 ‘OOO’ 부분의 서체는 원고가 개발한 서체인 OO축제체(이하 ‘이 사건 서체’라고 한다)의 서체 컴퓨터프로그램파일을 이용한 것이었다. 원고는 2012. 1.경 피고에게, ‘이 사건 서체가 사용된 이 사건 디자인을 피고가 이 사건 홍보물에 사용하고 상표 등으로 출원하여 등록까지 하면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저작권의 침해행위를 중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 중략 …)

서체파일의 경우 단순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서체파일 제작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 그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8732 판결,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5055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컴퓨터프로그램으로서의 서체파일을 복제, 전송, 배포하는 행위는 서체파일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서체파일을 이용하여 표현된 결과물, 즉 서체도안을 이용하는 행위는 위와 같이 서체도안 자체가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 서체도안에 관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는 있겠으나, 서체파일에 관한 저작권의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OO이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납품한 이 사건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상표 등 등록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서체를 도안으로서 사용하였을 뿐이라고 보이고, 피고가 이 사건 서체파일 자체에 대하여 저작권법에서 금지하는 저작물의 복제 내지 배포 등의 침해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달리 이러한 침해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저작권법은 제124조에서 저작권 침해행위의 범위를 확장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한 자가 이를 업무상 이용하는 행위를 저작권의 침해행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OO가 서체프로그램을 다운받을 당시 그 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임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OO의 사용행위는 저작권의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를 정리하면,

1. 서체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해당하고, 따라서 프로그램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

2.
그러나 서체파일을 이용하여 표현된 결과물은, 파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결과물이 도안으로서 또는 어문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3. 위 2.와 별개로, 복제된 서체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였더라도, 다운로드 시점에 그 파일 자체가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이라는 사정을 몰랐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참고로, 만일 제3자에게 문제가 된 폰트를 이용한 도안 또는 간판, 홍보물 등을 제작하도록 하였고, 제3자가 디자인 작업을 하였다면(즉, 본인이 직접 폰트를 지정하지 않았다면), 설령 본인이 저작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본인은 제3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과 수사기관은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 경우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13. 3. 22.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알기"라는 연구 결과물을 발간한 이래 글자체와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 결과물을 게시하고 있다. 현재 확인되는 가장 최신의 연구결과물을 안내하니, 폰트 저작권과 관련하여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내용을 확인해보자.

 

 

조사·연구 > 발간자료 > 자료 > 한국저작권위원회

o 발행처 : 한국저작권위원회 o 발행일 : 2019. 12. o 페이지 : 134면 o 자료문의 : 법제연구팀 신창환(055-792-0073) o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에 따라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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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법무법인 창천 김종훈 변호사님(jhkim@lawcc.co.kr)의 업무 사례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