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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청일.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 하라 아키라(김연옥)

 

청일, 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흔히, '구한 말'로 일컬어지는 1850년부터 일제 강점기 직전까지의 1910년의 시기. 수많은 조약들과 각종 주요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연달아 터지는 시기이기에, 많은 수험생들로 하여금 찍기 신공을 발휘하게 하는 시기이다.

사실 수험생에 있어, 이 시기가 무척이나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때부터 한반도에 외국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사가 아니라 동아시아사로 그 무대가 확대되는 것이다.

* 참고로, 구한 말 전까지, 한국사에 외세를 공부하여야 하는 시기는, 고조선 멸망 시기(한 4군 설치), 삼국통일 및 나당전쟁 시기(당나라), 고려의 대몽항쟁(원나라), 임진왜란(일본, 명나라), 명. 청 교체기(사르후 전투) 정도이고, 그나마도 임진왜란 시기를 빼면 다른 나라들 사이의 조약 내지 갈등관계에 관하여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일본인 교수인 하라 아키라가 자신의 강의 토대로 발췌(정리)한 것으로, 책의 문체는 강의를 하는 문체로 쓰여있어 읽기 편하다.

이 책은, 일본의 입장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그리고 그 이후의 중일전쟁에 걸쳐 1차 세계대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인, '청일. 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보다는 부제인 '동아시아 50년전쟁 다시 보기'가 적절한 제목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본의 입장은,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일본의 경제적 상황 및 국제 정세에 따라, 일본이 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으켰으며, 그 전쟁으로 인하여 어떠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언급하고 있다.


일본 근대사를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가령, 청일전쟁의 승전에 힘 입은 일본인들의 민족 정체성 형성, 러일전쟁은 실질적으로 일본의 승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승전으로 홍보한 프로파간다가 일본 사회에 미친 영향, 일본 내 사회주의자들이 당시 일본 정부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적대적인 태도, 일본의 노동운동으로 인하여 곤경에 처한 일본 정부가 계속하여 전쟁을 하여야 했던 이유, 영일동맹의 해체와 그 결과 등. 

한국사 책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내용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다만, 제목과 달리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이 없는 것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