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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서울과 교토의 1만 년 - 정재정

서울과 교토의 1만 년(교토를 통해 본 한일 관계사)

어쩌다 보니 교토를 4번 정도 갔다. 사실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일본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지만, 2014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교토의 모습이 꽤 충격적이었다.

교토는 도시 전체가 초토화될 만한 전쟁을 겪지 않았기에 1,000년 이상 유지된 거리와 건물들이 도처에 있었고, 일본사의 주요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거나 현재에도 주요한 기능을 계속하고 있었다.

도처에 문화재가 널려있었고, 한 블록마다 절과 신사가 있으며, 사연이 깃들은 거리와 건물이 옆에 있었다. 신기한 건 조성 때부터 계획도시였고 도시가 평지에 위치하기에, 마치 오늘날의 신도시처럼 질서 정연하게 배치된 각종 구역들이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전쟁이 없었다면, 경주, 개성, 서울도 이랬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느꼈다.


2018년에 다시 교토로 갈 일이 있었다. 사실 기요미즈데라, 도지, 니조성과 같은 웬만한 주요 관광지는 거의 다 가봤었기에, 교토의 다른 장소에 관해서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찾다보니, 교토에 있는 문화재와 거리를 중심으로 한국사와 관련된 내용을 집중적으로 기술한 책이 있었고, 정확히 내가 원하던 바였기에 바로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우선 저자는 도쿄대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주로 한국사와 일본사를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현재 교토의 모습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기보다는, 교토에 처음으로 정착한 민족(세력), 도래인 집단(가령, 기요미즈데라는 백제계 도래인이 창건했다), 헤이안 시대, 막부 시대, 메이지 유신 이후, 일제 강점기, 국교 재개 후의 지금까지, 시간 순서대로 한국과 관련된 교토의 장소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밝은 역사 뿐만 아니라 어두운 역사도 기술하고 있고, 교토는 메이지유신 직후까지 일본의 수도였기에 한일 교류사를 한 권으로 공부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

또한, 한국과 깊은 관련이 없더라도 교토를 무대로 펼쳐진 일본사의 주요 사건도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


다만, 여행을 다니면서 이 책을 들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가는 방법이 명시되어 있거나 어느 한 지역을 위주로 챕터가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미리 가보고 싶은 장소를 선택하고 동선을 직접 설계하는 수고를 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보람도 깊겠지만, 무엇보다 교토에 깃든 한일 교류사를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토 여행이 계획되어 있고, 한일 교류사에 관심이 많다면, 꼭 읽어보고 직접 여행 계획을 짜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