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_ 제임스 레스턴


2005. 6. 25. 작성된 글




http://cafe.naver.com/gaury.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7970


우연히 사진을 검색하다가 인터넷 블로그에 이 책의 서평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저보다 더욱 잘 쓸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링크를 해두었다.


결론적으로.

살라딘이라는 인물, 이슬람의 세계에 대한 엄청난 이해를 할 수 있을 듯 싶다. 십자군 전쟁이라는 문명간의 충돌,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쪽의 승리는, 다른 쪽에 있어서는 치욕인 전쟁' 자체를 아랍 진영과 기독교 진영에서 어떻게 이해했는 지-


사실 나는 십자군 전쟁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나는 동양에서 태어났고, 그 시기 동양은 징기스칸이라는 인물이 곧 세계를 정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십자군 전쟁 못지 않은 세계사적인 물줄기가 동양을 쓸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벨린의 벨리안, 에 대해서는 킹덤 오브 헤븐을 보기 전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본 뒤 내가 알던 벨리안과 영화 속의 벨리안이 달라서 십자군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시빌 여왕은 꽃미남이었던 뤼지냥의 기를 보고 반하여 왕실과 성전기사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했었다.

뤼지냥의 기는, 하틴 전투에서 살라딘에게 붙잡혔다가 후에 풀려난 후 사자왕 리처드 1세의 도움을 받아 400년간 이어지는 키프로스의 뤼지냥 왕가를 만들게 되는 십자군 전쟁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간이다.

이벨린의 벨리안은 충직한 기사였지만 예루살렘 방어전에서는 전투가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훌륭한 협상을 함으로써 전투가 없이 시민의 목숨을 살리는 항복을 살라딘에게 하였던 영화 속의 벨리안 보다는 덜 영웅적인 인간이다.


어쨌거나 이 책의 작가는 이슬람의 관점과 유럽의 관점을 적당히 혼합하여 훌륭한 서술을 하였고, 그것들은 대부분 흥미진진하다.

리처드 1세와 살라딘의 모습에 대해서는 위에서 링크해놓은 것을 읽어보길 바란다(아마 여러분은 이슬람의 살라딘에게 반할 것이 분명하다. 난 뻑 갔다. 정말.). 그보다 잘 쓸 수는 없다.


이 책의 중간중간엔 중세 유럽의 문학이 등장한다.

정말 고도의 비유인 건지, 아니면 너무 낮은 수준의 비유라서 이해를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비유를 사용했다. 그 당시의 음유시인들은.

그렇지만 정말 매력적인 문장들이다. 이해할 수 없어서일까. 나중에 중세 유럽의 문학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낀 또하나의 우스운 점.

어디선가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베트콩에게 패한 이유는 동양에서 서양식 전쟁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서양식 전쟁이 얼마나 동양의 그것과 다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서기 200년 전후를 다룬 동양의 삼국지를 통해 알고 있는 우리의 전쟁은 승리를 위해 온갖 계략과 함정이 오가는(즉, 외교 마저도 전쟁의 일환이었던) 그런 전쟁이다.

그러나 서구의 전쟁은 좀 다르다. 외교는 외교이고 전쟁은 전쟁이다.

예컨대 3차 십자군 원정 당시 리처드와 살라딘은 끝없는 전쟁을 벌이면서도 언제나 둘은 협상의 장소에서 평화를 토론했다. 도대체 암살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접촉은 많았다.

야파 외곽에서 리처드가 이끄는 십자군들을 기습 공격할 때 리처드가 말도 없이 보병과 함께 전투하는 것을 바라본 살라딘은 “그처럼 위대한 사람은 보병들과 섞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라."라고 말하면서 동생을 시켜 말 두 마리를 리처드 왕에게 보내주었으며 레스턴은 살라딘의 이런 배려를 “3차 십자군 전쟁을 통틀어서 가장 기사도적인 행동”이라고 묘사한다. 또한 살라딘은 하틴 전투에서 2차 십자군을 대파한 후에 예루살렘의 왕을 풀어주고, 전투에 앞서 성안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는 공격을 미루기도 했다.

이해가 안가는 전쟁.



아하. 마지막으로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그리 다른 종교가 아니었다. 오히려 형제뻘 되는 종교이다(간단히 말하면 아브라함의 적자인 이삭을 추종하는 종교가 기독교이고, 서자인 이스마일을 추종하는 종교가 이슬람교이다). 어떻게 보면 십자군 전쟁은 골육상잔의 비극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