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오 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2005. 12. 7. 작성된 글





자히르, 어떠한 개념인지는 책의 서문에 써져 있다. 쉽게 말해서 신의 목소리를 듣는, 또는 정신분열적인 혼란 속에서 또다른 자아와 이야기를 하는, 뭐 그런 개념인 듯 하다. 영화 잔 다르크 에서 예수(또는 신)님으로 표현되는, 잔다르크 만이 이야기하고 보고 들을 수 있는 그런 존재를 자히르 라고 한다.

 

이분의 책은, 사실 나같은 20대 초반이 읽기에는 원래 어려운 책인 지. 쉽게 말해서 뭔가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캐치해내기에는 아직 경험도 없고 너무 어려서 힘들어보이는, 그러한 것이 항상 존재하는 듯 하다.

 

연금술사도 그렇고-(내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기대했던 바가 너무 커서였을까-). 11분은 좀 달랐지만(그나마 이분 책중에서 가장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아코모다도르(맞나?). 이 개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실 지난 8월 18일 입대를 결정한 것도, 내가 나 자신의 한계와 부딪혔을 때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서 군을 도피처로 선택해서였을 것이다. 나의 아코모다도르를 이겨내지 못해서.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것.

 

 

또한, 책의 후반부는 정말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문제삼는다. 예를 들면 왜 밥을 세끼를 먹는가..

 

누군가에게 물어본다. 왜 우리는 밥을 세끼를 먹을까. 네끼를 먹어도 되고, 두끼를 먹어도 되고. 왜 하필 세끼?

 

 

그렇잖아. 아닌가? 자히르란 그런 개념이다. 스스로도 인식할 수 없을 만큼, 태초부터 마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가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개념. 왜 철도 레일 사이는 148.5cm일까. 처럼.

 

이렇게 우리가 생활하는 것들에는 이유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또는 당연히 그래야 하기에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행복이란 개념. 사랑이란 개념.

 

한용운 시인의 '복종'이란 시를 떠올린다.

 

당신에게만은 복종하고 싶다. 그렇게 진정한 자유는 없는 듯 하다. 사랑하면 구속받을 수 밖에 없다. 돈이 많아서 행복할 수는 없다. 책 속, 파리의 부랑자들이 훨씬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가난하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그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우리는 부를 추구한다. 왜?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자기한테 뭐가 얼마나 있는 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비교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이렇게, 코엘료 씨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 또는 사랑 이라는 개념의 허구를 낱낱이 책 전체를 통해 파헤친다. 그리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말 자신의 행복을 찾아라, 자신의 사랑을 찾아라, 가치를 찾아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무언가 와 닿는 것만은 확실하다. 책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서 와닿는 깨달음, 작가의 메시지는 그러한 단점을 단번에 파쇄시켜준다.

 

그리고 다른 책들처럼 이분의 이번 책도, 동화, 설화.라는 느낌을 우리에게 준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이야기란 뜻이다. 그것이 아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덧붙여, 이 책의 서술자가 작가 자신이다. 스스로 창작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남몰래 토로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서, 파울로 코엘료, 그 분의 삶을 엿볼수 있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