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철도. 난 이 책을 보자마자 은하철도 999가 떠올랐었다. 솔직히 무슨 판타지 비슷한 책인 줄 알고.
천마 도서관에서도 그냥 지나쳤는 데.
읽을 책이 없어서 도서관을 뒤적거리다가, 이 책을 살짝 펴봤다. 그랬더니 그 안의 내용은, 다름아닌 1860~70년에 미국이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연결시킨 대륙횡단철도 에 대해 쓴 역사서였다.
작가도. 굉장한 사람이었다. Band of Brothers 의 원작을 쓴 사람인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음. 우리나라에 철도가 몇 Km나 깔려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치만 최초의 철도는 일본이 깔았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인천에서 노량진까지.
왜 일본은 식민지에 제일 먼저 건설하고자 한 것이 철도였을까?
이 책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1860년. 우리나라에 대원군이 등장하지도 않았던 그 시절에, 미국은 이미 태평양과 대서양.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철도를 연결하고 있었다. 미국 내 다른 철도를 제외한, 이 대륙횡단철도의 노선만으로도 당시 세계 모든 철도 길이의 2/3에 해당했다고 하니. 철도가 중요하긴 했었나 보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치르는 도중에도 이 철도공사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당시의 철도회사들, 수십만명의 중국계 이민자들, 아일랜드계 이민자들, 막 자유인이 된 흑인들, 퇴역한 군인들은 이를 충실히 따랐다.
CP(센트럴 퍼시픽)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 정상에도 터널을 뚫으며,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의 전진을 계속했고,
UP(유니언 퍼시픽)는 록키 산맥을 향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질주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의 소모와, 아마도 수천명이 이 공사 도중 목숨을 잃었을 테고, 수백명의 정치인이 이 공사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다.
수백개의 도시가 미국 내 그레이트 플레인즈(즉 서부-)에 생기게 되었다. 전엔 인디언들, 그리고 혹독한 기후 때문에 뉴욕에서 LA까지 세달 넘게 걸리던 길을 단 일주일로 단축시켰다. 그래서, 미국은 20세기에 세계의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암브로스는, 이 대륙횡단철도 건설자들을 일컬어 "시간과 공간을 정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말 맞는 듯 하다. 당시 누구도 하지 못한 엄청난 생각을 하고, 실현에 옮긴 사람들이다. 그들은.
필요성은 느끼지만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질시와 야유를 무릅쓰고, 자신의 모든 재산과 열정을 다 바쳐 이 대역사를 이루어낸 사람들.
나는 그러한 의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의지를, 또 능력을, 열정을, 꼼꼼함을 배워야 할 것이다.
다만, 고교 시절 읽었던 "인디언 멸망사"에 나온 셔만, 커티스 같은 미국의 장군들이 이 책 내에선 철도건설의 주역, 또는 대단한 협조자로 등장한다.
인디언이 멸망한 그 사건은, 바로 미국의 대륙횡단철도 건설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철도 건설로 인한 도시의 발생은, 인디언의 생활 터젼과 그 영역을 함께 했고, 생활 양식이 상이한데다, 백인의 생활패턴으로 바꾸려는 생각도 없었던 인디언은, 결국 하나 둘 학살당하면서 지금의 인디언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작가가 이 부분을 매우 냉정하게. (사실 별로 자세히 쓰지도 않는다. 어쩌면 인디언에 대해 쓰면, 미국의 백인 입장에선 매우 부끄러운 일이 드러날테니 안 쓴 것일지도-) 나타내서.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인디언을 기억하지만 인디언을 추구해선 안된다. 세계의 변화, 흐름을 잘 익혀야 한다.
스크린쿼터든 FTA 든, 국수주의적인 태도를 취했다가는 언제 인디언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확실한 건, 미국이 별볼일 없던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갓 독립한 나라에서, 세계를 주름잡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사건.
그 사건의 초장, 또는 프롤로그를 이 책은 매우 잘 서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 미국의 정신. 그러한 것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륙횡단철도는, 미국 발전의 첫걸음이었다. 그 철도 없이는 오늘 날 세계는 여전히 영국이 잡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창의적이고 용감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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