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암 촘스키. 내가 이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고2때였다. 그때는 '노무현 죽이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 정치, 언론. 이른바 시사에 대해 관심을 처음 갖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였다. 아직도 나의 마음 속에서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이소영'씨(누나이다-)와 밤늦게까지 '다모임 쪽지'와 'MSNing'을 이용하여 '강준만'이라든지 '유시민', 월간 '말'지, 인물과 사상...이런 좌파적인 이야기, 담론에 흥미를 느끼고 있을 때였다. 보수나 진보가 어떤 개념인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어떻게 다른 건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서로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것. 내가 살고 있는 이 체제(자유민주주의, 촘스키에 뜻에 따르자면 국가자본주의에 해당하겠지만-)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 이런. 다소 고차원적인 지식, 담론을 처음 접하던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촘스키는 소영이 누나의 후배이자, 나랑 같은 기수의 여고 교지편집부장 이었던 강보경 양의 이메일 주소에서 처음 보았다. 무슨 에니메이션 주인공인가 했더니 나중에 그녀가 알려주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운동권 지식인의 대부란다." 사실 지금도 그렇고 그 때도 그랬듯이 난 과격한 운동권은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겨버렸다.
# 그랬던 내가. 지난 외박(2월 25~26일)때 할 일이 없어서.(정말 할 일이 없어서_그날 아침 희망을 품고 나갔더니 다들 연락이 안되었다. 결국 4시간에 걸친 전화질 끝에 문재원을 끌어내고, 같이 강남 영풍과 종로 반디앤루니스에서 한 6시간정도 있엇다-), 살만한 책, 군에서 읽을만한 책을 사려고 눈에 불을 켰던 것 같다. 욕심은 많고 돈은 한정되어 있기에- "우씨."하면서 힘들게 골랐던 책 몇권을 계산하려고 할대,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가 눈에 들어왔다. "촘스키"라서가 아니었다. 표지가 예뻐서였다. 주황, 파랑, 노랑//1/2/3권이었는 데, 세가지 색깔이 너무나 잘 어울리게 책장에 전시되어 있었다(의외로 난 시각적인 자극에 매우 약하나보다). 촘스키가 누구인지는 알았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기에- 그리고 내 평소 신념에 의하자면 "유명한 사람은 그 이유가 분명 있다"였기 때문에- 읽어볼만하다 싶어. 힘들게 골랐던 책을 내려놓고 예쁜 촘스키- 책을 사버렸다.
# 다양했다. 박식하다는 말이 정말 어울렸다. 논리의 전개가 매우 부드러웠고, 그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방대한 분야에 있어서 (주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시민사회, 새로운 이데올로기 건설- 기타 언론의 권력지향적 행태 등을 다루었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이야기에. 정말 머리 속에 형성되었던 가치 체계가 뒤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니, 다른 생각이 들 수가 없었다. 사회주의적인 그의 사상이 옳든 그르든 간에(사상을 가지고 옳다-그르다-자체가 웃긴 일이다), 역사·경제·정치·문화 등 온갖 분야에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질문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그의 말 속에는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오류가 거의 없었고, 모순되는 내용도 극히 적었다(모순이 되는 내용은 80년대 후반의 토론회장에서의 그의 발언과 90년대 토론회장에서 나오는 발언 간에 발견된다. 아마도 상황변경으로 인한 견해의 수정일까.) 물론 그의 사상이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는 지 없는 지가 극히 중요한 문제였겠지만- 그의 말대로 "링컨시대에 노예제 폐지라는 것은 당시 사람들로선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관점으로 노예제 유지는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 아닌가.
난 그 완벽에 가까운 논리에 감동했다. 나도 저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 인터뷰(토론회)의 기록을 편집한 책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어려운 내용을 꾸준히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소 미국 사회의 이해를 전제로 하는 내용이라 이러한 분야에 전혀 관심 없는 이가 읽기는 어려운 책이 될 듯 하지만-
# 그가 주축이 되어 운영된다는 Z-magazine. 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영어가 짧다. 어떻게 해.
어쨌거나 저 분 역시, 내가 따라야할 하나의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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