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e Google story, 한국판은 '구글, 성공신화의 비밀'이다. 값은 20000원. 비싸다.
난 언제쯤 이런 책을 원서로 읽을 수 있을 지 싶다. 지금도 나름대로 영어 단어를 외우고, 미국애들 6~8 학년 용 책(word smart)을 읽어보는 등 노력은 하지만.
아무래도 전역 전까지 저정도 수준은 힘들 것 같다. oh, god.
어쨌거나.
20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저자인 데이비드 바이스 라는 사람은 워싱턴 타임즈의 기자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퓰리처 상이 사진으로만 타는 상인 줄 알았는 데 그것은 아닌 듯? 어쨌거나 꽤나 탐나는 상인 듯 하다.
내용은 말 그대로 구글의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네이버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지만, 외국(특히 영미계)에선 마이크로소프트 다음의 규모를 갖춘 시장규모 대략 몇십조 대의 엄청난 기업이다.
구글은 원래 스탠포드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이란 사람의 엉뚱한 발상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여, 새로운 검색 기술인 "페이지 링크(?)"를 개발해내고, 처음엔 그 기술을 기업에 팔려 하였지만, 결국 어느 기업도 그것을 사려 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자신들이 "구글"이라는 기업을 만들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니.
꽤나 운 좋은 사람들이다. 반면 100만 달러로 팔겠다던 "페이지 링크"를 구입하지 않았던 기업들은 미국의 "닷컴" 열풍의 소멸과 함께 서서히 소멸해갔으니, 이것 역시 운명의 장난인 듯 하다.
책은 매우 생생하다. 마치 TV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들의 첫 만남 부터, 어떻게 기업을 꾸려나갔으며,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지. 나아가 미래엔 구글이 어떻게 변해갈 지를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또한 데이비드는 구글이란 기업을 찬사하거나 미화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구글이 추진 중인 도서의 디지털화 작업이나, 유전자 검색 프로젝트 또는 구글의 검색방식인 "페이지 링크"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인 개인 정보의 문제(이 기술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어느 소프트 웨어적인 로봇이 인터넷을 끊임 없이 항해하며 인터넷의 모든 웹을 구글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시킨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장된 웹이 인터넷 상에서 수정되거나 삭제되어도 원래의 웹은 여전히 구글에서 검색이 된다!)를 책 속에 날카롭게 제시한다.
컴퓨터공학 기술자였던 두 사람을 보면, 예전 어느 책에서 보았던 말이 생각난다.
"미래는 기술자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오.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뭐가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구글의 사훈은,
"사악해지지 말라"
이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구글이 창립 이래로 8년째인 오늘날까지 단 한번도 "사악해지지 말라"를 어긴 적이 거의 없음을 지적하고, 어떠한 사업적 이익보다 위 모토, "사악해지지 말라"를 항상 최상위에 두는 구글의 경영 방식으로 인하여, 구글은 타기업과는 다른 이미지를 구축했고, 보다 일반 대중(사용자)의 편의를 최우선하려고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그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도 되지 않아서 가능할 수도 있고, 저 두 창립자가 미래엔 현대가, 삼성가 처럼 온갖 비리에 물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사악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통념을 깨는 듯 하다. 이익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구글의 막대한 이익은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모토를 추구하다가, 즉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스스로를 끊임없이 혁신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부터 발생했다. 물론 그러한 이익도 구글 자신의 관점에서는 최대한 사용자를 배려한다. 광고주가 아닌 사용자를.
구글은 중간 관리자가 없다. 내가 군대의 시스템의 후진성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중간 관리자는 많으면 많을 수록 기업의 역동을 저해하고, 일의 생산성을 저해할 뿐인 것 같다. 구글은 2~3인의 최고의 인재를 묶어서 일하는 한 단위로 만들고, 그 기초단위에 최대한의 동기를 부여한다. 일에 전혀 관계가 없어도 각자가 관심있는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는 데 20%의 시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의 사업성 또는 필요성이 인식되면 그정도의 대가를 지급한다(대략 1억이 넘는다).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을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재유출을 이유로 구글을 고소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공개를 했던 과정도 정말 환상적이다. 월스트리트의 관행을 철저히 부수어버리고, 가능한 자본가나 대주주가 아닌 일반 대중들을 위한 방법으로 기업을 공개했다. 물론 첫 주가가 목표치보다 20달러 정도 낮아지긴 했지만, 그러한 모습때문에 구글은 반기업정서의 공격으로부터 얼마간 벗어날 수 있다.
구글플렉스(구글의 본사 별칭)는 내가 만들고 싶은 우리 로펌의 본사이다. 물론 로펌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 하고 싶은 구글플렉스를 만드는 두 창업자는 어쩌면 내가 울티마 온라인에서 내 집을 꾸몄을 때와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하나가 매우 재미있었을 테니까.
참으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동안 내내. 그리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아. 역자 후기도 좀 볼만하다.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아직 구글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을 연구하는 것도 참으로 재미있을 듯 하다. 각 나라의 특성에 대한 것들-
#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떄마다 난 두가지 생각에 잠긴다.
세상이 나와는 동떨어진 채로 발전한다. 물론 내가 군대에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알든 모르든 세상은 스스로 진화한다. 그 끝이 "터미네이터"의 배경이 될지, "유토피아"의 배경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웬지 그것들에 동참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저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20대에 해낸 일을 나도 해내고 싶다. 물론 저런 기술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나는 학교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의 교육 철학이 표현될 대안학교도 만들어보고 싶고, 와튼 경영대학원 처럼 세계 최고의 법무대학원을 만들어보고 싶다. 너무 욕심이 많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지만, 이 곳에선 영어책이나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짜증난다. 뭔가 해내고 싶다(뭐 이나마도 군대를 오지 않았따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책을 읽지도 못했을 테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술 퍼마시고 있을게다. 분명.). 조그마한 거라도.
우리나라는 너무 좁다. 정말 우리나라는 좁아 보인다. 집에 돈이 많다면, 이란 생각을 어렸을 때보다 오히려 더욱 자주하는 것 같다. 시간은 어쩔 수 없다지만, 나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영국에서, 미국에서, 프랑스에서, 배워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알아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IVY리그나 옥스브리지에 입학할 수는 없지만, 어쩄거나 지금 성적으로도 (영어만 갖추어진다면) 그들의 학교에 갈 수는 있다. 그리고 그곳의 시스템을, 또는 그곳의 발전된 모습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을 수도 있다(물론 꼭 돌아와야 한다. 난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 8월까지 고민해야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터전을 닦아놓고 나아가야할지. 아니면 그곳에서 나의 터전을 개척할 것인지.
이곳 부대에서도 보이는 나의 학고, 연세대학교를 정말 사랑하지만 이 곳의 배움에 있어 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요즘 나는 거센 요구를 받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운명의 갈림길에 서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극과 극으로 바뀔 수는 있겠지만...
어쩄거나, 난 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저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스타타워를 보면서 "갖고 싶다"라는 포부를 가져야 한다. 국회의사당은 미래에 내가 토론하고 논쟁해야 할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역시 내가 조만간에 결정해야 할, 내 인생 최대의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결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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