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1 = 미래.
군대 오기 전까지는, 오로지 고시. 고시. 고시.
law five! 를 보면 알겠지만,
그 때의 내 뇌 구조는, 정말 단순했다. 고시. 고시. 고시. 부모님께서 원하는 대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든지, 내가 뭘 원하는 지. 알지도 못하고, 설령 알았다고 해도, 그것들은 내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에 해야할 일이었다.
LAw school 도입안이 발표되었어도, 그 안에 Toefl 점수가 반영된다는 것을 알고, 신경도 안쓰고 있었다. 관심도 없었고.
그러다가 어느 날, 작년 6월쯤.
문득 군대에나 가버릴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7월 20일 경. 인터넷으로 클릭 2번 만에 입대 신청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군대에.
사실 군대에 와서도, 군대 안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적당히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한동안. 사실 대대장 당번병 자리가 내게 주어질 가능성도 꽤 있었고, 전 당번병이었던- 지금은 형이지만, 김양일 병장은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었지만, 난 김양일 병장이 추천해준 책 한권을 읽음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대한 나의 믿음을 조금씩 부수어 나가기 시작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권의 서문에 보면, 샤론 레흐트 아주머니의 딸이 경제적인 감각을 배워나가면서 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잊혀질 수 없는 말.
"이제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수 있게 되었어요.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조금은 떨어질 수 있지요."
나는 왜 변호사가 되고 싶어 했을까. 변호사이신 나의 작은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보다 수입이 많은 것을 보고? 솔직히 그것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학생 시절 내내 부르짖었던, 신문방송학과는, 대학 원서를 낼 때, 그리고 2학년 전공 결정 때. 두번의 기회를 주님께서 내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부모님의 희망대로, 또 내 자신에 대한 신념이 없었기에, 법대. 법대. 이렇게 두번 외치고 말았다.
이 문제는 언젠가 다른 글로써 한번 더 언급하겠지만, 어쩌면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었었다면, 지금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이었을 지도 모른다.
#. 이야기 2 =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는 철이 든 15세 무렵부터 지금까지 나를 10여년 가까이 괴롭히고 있는 난제이다. 어머니에 의하면, 어렸을 적, 나는 버스 운전기사가 되고 싶었다고 했단다. 엄마가 "왜"냐고 물어보니 "난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어"라고 했다더라.
철이 들었을 때는, UN 직원. 이런 꿈을. 그리고 이 꿈은 외교관으로. 교지편집부에서 교지를 만들 때는 기자. 이렇게 변했다.
셋 모두, 내 기억에 의하면, UN직원과 외교관은 당연히 외국 생활을 할수밖에 없었고, 기자의 경우 특파원과 같은 기회를 통해 외국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매력을 느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난 외국에 대한 환상이 무척이나 있는 듯 하다. 막상 가면 힘들것이라는 건, 경험칙상 뻔한데.
어쨌거나, 대학에 진학하고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내 꿈은 그날 기분에 따라 간혹 변하긴 했지만, 변호사였다. 막연한 변호사.
사법고시가 차라리 만만해보이기도 했고(경영이나 경제학과, 신방과 학생들은 영어면 영어, 학점관리도 나름대로 충실해야 했고, 아무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합격만 한다면 내 인생의 최저소득을 다른 사람에 비해 한참은 끌어 올릴 수 있어 보였기도 했다.
그랬던 내 환상은 전공 선택을 마친 1학년 겨울방학, 이원영 강사의 민법 수업을 신림동에서 듣기 시작할 떄부터 조금씩 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판례면 판례. 학설이면 학설. 장난이 아니었다. 민법 한과목만 해도 저렇게나 많은데(내 기억에 대학교 1학년 떄 순수한 사법고시용 책을 사는 데, 적어도 70만원은 넘게 썼을 것이다. 대부분의 책은 내가 군대에 올 때 잔류를 선택한 대학 동기들에게 뿌려졌지만-), 형법, 헌법, 거기에 형소법, 민소법, 국제법, 행정법, 상법... 엄두가 안났다.
아울러 신림동의 고시생들 생활을 보면서 겁도 나기 시작했지만, 내가 그 생활에 조금씩 적응을 하기 시작할 때.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내가 변호사로서 하고 싶은 일을 만나게 되었다. 국제법 김대순 교수님의 수업시간.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우리는 보편적인 인권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 3세대 인권인 박애를 보여야 한다는 것.
그래. 만약 내가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된다면, 될 수밖에 없다해도 저러한 일을 할 수는 있겠구나. 물들지만 않는다면.
(물론 군대에 있는 동안, 그리고 지금도, 내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다양하게 탐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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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변호사.
그리고 만났다. 거리의 변호사를.
사실, 내가 읽었떤 존 그리샴의 전작인 "파트너"는 그 책의 표지에도 쓰여져 있긴 했지만, 다소 흥미 위주의, 즉, 사회 문제에 대한 성찰이 거의 없는, 그런 책이었다. 말 그대로, 무언가 우리에게 문제의식을 일깨워주지 않는 책이었다.
그래서 기대를 크게 하지는 않았다. 단지 21일 휴가 출발 전까지 무언가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그냥 집어들은 책이었는 데. 이렇게 환상적일 줄은 몰랐다.
세계적인 법률 로펌에서 근무 중인 마이클, 그리고 아무런 이유 없이 그에게 총을 겨눈 노숙자. 마이클은 충격에 휩싸이고, 노숙자가 왜 자신을 겨누었는 지, 문제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나게 된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을. 사회문제들을. 그리고 마이클은 법대 1학년 시절에 누구나 꿈꾸었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저 곳이다"
그리고 정의의 여신의 칼을 자신이 속해있던 로펌으로 돌린다.
# 왜 감동적이었는가.?
내가 법대생이 아니었다면, 사실 크게 감동받을 만한 내용이 있는 책은 아니었다. 스토리도 아주 뻔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고, 법률회사의 비리를 캐내는 것은,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어쩌면 전세계의 거의 모든 법대생들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고민거리를 이 책에서 발견했다. 누구나 법을 정의의 도구로써 사용하기를 바랄 뿐,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설사 그러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법대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법을 악한 곳에 이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의 변호사들은 어떤가. 물론 강지원 변호사라든지, 오세훈 변호사, 노무현 대통령 과 같은 분들은 인권, 환경 같은 분야에서 비교적 초심을 잃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100억이 걸린 어려운 소송을, 10만원이 걸린, 변호사의 도움만 있다면 100% 승리할 수 있는 소송보다 선호한다. 그리고서는 말한다. 어쩔 수 없다고.
어쩌면 우리들 법대생들도 그러한 불안함을, 그리고 미래에 변할 자신의 모습을 안고 공부를 하는 지도 모른다. 미래엔 우리의 자식들에게 대답할 것이다.
"어른이 되면 알것이라고"
왜 어른이 되어야만 알 수 있을까. 어린이의 눈으로, 또는 청년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니. 어쩌면 부정하면서, 탁한,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색깔을 담고 있으니. 순수한 이들에게 보여주기 꺼려하여.
모디카이 그린.
이 책 속에서 노숙자를 위해 일하는 "거리의 변호사." 이사람은 돈에 초월한, 즉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런 변호사이다.
위의 문제의식. 변호사로서 잘 살고 싶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그런 사람들은 돈에 개념치 않는 변호사가 얼마나 강할 수 있는 지. 모디카이 그린을 통해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쩌면 그의 소설 속 삶은, 우리에게 용기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 하다. 아니 던져준다.
"지금 너희들의 선택에, 너희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빛날 수 있다"
# 아름답게 살자.
아름답게 살 수 있다. 내가 변호사가 되든 안되든, 난 내 삶을 아름답게 빛낼 수 있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조금만 더 잘 살자는 욕심. 소비의 욕심. 소유의 욕구를 버릴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세상의 검은 유혹을 대부분 뿌리칠 수 있게 된다.
임종 실험.
내가 죽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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