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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블랙먼, 판사가 되다_린다 그린하우스

2006. 7. 8. 작성된 글



(Becoming Justice Blackmun)

 

해리 블랙먼 판사.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미 연방 대법원이 미국 사회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 알수도 없었고 관심도 그다지 있지는 않았지만(래리 플린트-에서 "모든 변호사들의 꿈은 연방대법원에서 변론하는 것이야!"라는 대사가 기억난다).

 

미국의 진보주의적인 판결을 이끌어 낸 명판사로 유명한 "블랙먼 판사"를 다룬 첫번째 전기를 접하고 난 후, 미국이란 곳의 사법체계의 깊이라든지, 또는 그들만의 방식이라든지- 그들의 사고, 생각, 태도, 행동, 정치와의 미묘한 관계, 언론으로부터의 공격, 각종 사회이익단체 사이의 조율... 어쩄거나 연방대법원이란 곳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블랙먼 판사의 일대기, 특히 연방대법원에서 대법관으로 재직했던 20여년 동안을 주로 다룬 이 책 속의 내용은,

 

법대생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고, 또한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듯한 내용이다. 다만 번역 상에서의 오류인 지, 아니면 한국어로는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아무래도 법의 용어가 많이 나올테니), 아쉬운 측면이 없지는 않다. 법을 전공한 내가 보아도, "너무 말이 어렵네."라고 중얼거리는 부분의 비중은 그냥 넘기기에는 적지 않다.

 

# "판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종신제인 미 연방대법원 에서의 대법관의 위치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권력의 통제의 최후수단으로서 기능하는 듯 하다. 게다가 종신제이다 보니, 왜 미국 사회에서 대법관이 바뀔 때마다 그토록 온 나라가 관심을 기울이는 지도 알게 되는 듯 하고. 또한 블랙먼이 각종 사안에 대해 인간적인 모습으로 고민하고, 자신을 다잡아가는 그런 모습은 "판사"가 어떤 일을 해야하는 것인지, 또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지 를 우리에게 넌지시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입법부"와 "사법부"의 묘한 관계가 들어있다. 사법부로서 간여할 수 있는 한계, 또는 간여해서는 안되는 그러한 한계. 이런 우리가 1학년 때 배웠던, 그런 복잡하고도 언뜻 이해가지 않는 관계가 실제의 예로서 잘 드러나있다. (만일 내가 "입법부"였다면 이 판결에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관으로서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말의 판결이 꽤 많은 듯 하다)

 

# 해리 블랙먼과, 그의 80년 친구 (대법원장) 워렌 버거 의 관계를 서술한 부분도 재미가 있다. 20대에서 30대 40대, 그렇게 80대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어떠한 길을 걸었는 지(출발점은 같았지만 끝은 달랐다), 그리고 어디에서 차이를 느끼고, 서로에게 어떠한 것을 기대했으며, 결국 왜 실망하게 되었는 지. 그런 부분을 보면서 내 주위 친구와 내가 저들과 같이 된다면? 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 법조인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도 잘 드러나있는 듯 하다. 또한 이른바 '리걸 마인드'가 책 전체에 잘 드러나 있어, 법대 1학년 생(사법고시 공부 시작 전이라면)은 무조건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도 추천하고 싶다(다만, 용어가 어렵고 생소한 것이 많으니, 이 점은 주의바란다. 또한 미국의 사법체계를 미리 알고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난 아직도 주대법원과 연방대법원이 상고법원인건지 아닌건지 햇갈린다. 주지방법원 주항소법원 주대법원 연방항소법원 연방대법원. 종류도 많다. 그 중 확실한 건 연방대법원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의 모습을 더욱 많이 닮은 듯 하다).

 

# 확실한 것은, 시간을 쏟아 읽어보기에 적당한, 그리고 후회도 없는 그런 책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법대생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