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김우중 : 신문배달원에서 세계최고경영자까지 _ 조동성 외

2006. 9. 1. 작성된 글



김우중. 당신들에게와도 마찬가지로, 내게도 그다지 좋은 이미지의 이름이 아니다. 우리 아버지가 첫 직장을 대우중공업에서 가졌긴 했지만, 웬지 가전제품에서는 삼성-LG에 밀리는 브랜드 파워를 가졌었고. 푸르지오도 자이나 래미안처럼 잘 나가는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그 김우중 회장은 구속되었던 이미지만을 뉴스에서 접한 세대이기 때문이다(물론 그 전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어른들은 기억할테지만, 우리는 아니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김우중이 "오퍼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 시작 첫해에 5억 8천만달러를 수출했으며, 30년만에, 총 자본금 80조원에 달하는 슈퍼 초 다국적 기업을 이루어낸(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 국내 2위 재벌) 엄청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 데.

 

기대한 것 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정말.

 

 

일단 김우중 회장이란 분은 세계 경영을 모토로, 다른 국내 재발과는 달리 처음부터 해외의존도가 높은, 다시 말해 수출과 수입- 무역을 통한 자금조달로써,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식으로 엄청난 계열사를 갖게 되었다는 것.

 

또한 해외 현지 지사의 안정적인 장착을 위해, 해당국의 정관계 인사들과는 두루 친분을 쌓았으며(정경유착의 수출 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덕분에ㅡ, 지금까지도 폴란드, 우즈벡, 수단 같은 나라에는 대우 = 코리아 라는 브랜드파워를 만들어내었다는 것.

 

1년의 2/3를 해외에서 보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전용기에서 갖게 되었다는 것. 또한 첫 휴가를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은 1990년대에 이르러 갖게 되었다는 것. 대우의 부장급 이상은 해외체류경험이 수년씩 있어야만 가능했다는 것.

 

대우가 구상중이었던 세계경영의 정점에는, (주)대우(현 대우인터내셔날)를 정점으로 남미를 제외한 세계 전역에 펼쳐진 다국적 기업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것-다시 말해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에서 탈피하고자 했다는 것.

 

70년-80년대, 그 서슬퍼렇던 시절에 동유럽 공산권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미수교국에까지 진출해서, 한국과의 국교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

 

대우가 유독 IMF에 약했던 것이, 한국 국가 신용도의 하락으로 인한 대외채무변제 압력 - 해외 자산이 많았던 대우에겐 최악의 악재였던 엄청난 환율상승 - 그리고 김대중 정부에게 정면으로 맞섰던 김우중 회장 때문이라는 이 책의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보면. 참 인생사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조동성, 이문열, - 뭐 이런 기자와 교수들, 그리고 기업인들이다. 김우중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그에 대해 서술한 일종의 평전과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덕분에 김우중 회장을 보는 시선이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이러한 시선을 독자들에게 있어 객관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 듯 하다. 다시 말해 그가 구속받은 이유인 분식회계 같은 바뀐 시대 탓에 범죄가 되어버린 옛 대기업들의 관행은 분명 잘 못이라고 이 책 여기저기서 언급하고 있다(그렇지만 분명 김우중 회장의 몰락은 국가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매우 큰 타격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글로벌 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아야 하고, 더 나아가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을 다시 공부해야 할 것이다.

 

# 만약 그가 그의 세계경영을 완성시켰다면, 오늘날의 대우는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