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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신화는 없다 - 이명박


2006. 9. 3. 작성한 글


질풍과 같이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일종의 자부심의 표현이란다)

 

9월 들어 하루에 한권 꼴로 책을 읽고는 있지만 이게 그리 자랑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나는 깊이 없이 책을 읽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채, 단지 읽고 있다는 사실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명박 시장의 책을 읽게 된 것은, 경영인 출신으로서 훌륭하게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인 이 사람의 인생노정을 따라가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사실 그것보다 더욱 직접적인 자극을 준 것은, 역시 "김우중:~" 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리 많은 것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이명박 자신의 삶을 써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배울 것이라고는 그의 노력하는 자세와 의지. 뭐 그런, 공자님과 같은 사람들이 수없이 강조했을 법한 이야기이다.)

 

경영인이란 사람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어서 인지. 현대건설이란 굴지의 대기업을 이룩한 사람은 어떻게- 그것도 말단 사원에서 회장의 직위에 불과 23년만에 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는 지 너무 궁금했다.

 

뭐, 내용이야 사실 이명박 시장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알것이니 여기에 일일이 서술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대한민국 위인들의 전통적인 레퍼토리를 현대적으로 거쳐온 사람이라고 한 문장으로 설명은 해야겠다. 웬지 온갖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형제 중 몇몇은 일찍 죽고,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 땅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이 책 구석구석, 경영인으로서 삶은 쓴 책임에도, 상당히 많은 정치적인 암시가 나타나있었다. 곧, 대권에 도전할 것일바는 뉘앙스를 찾을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총리, 태국의 정치인, 소련의 고로바쵸프 같은  사람들 이야기가 많다- 이 책의 초판이 1995년에 나왔지만, 그때부터 전국구 의원이었던 이명박 시장의 야심이 이 책을 통해 들어나있었다.

 

다른 부분보다 가장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논점 하나만 언급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세계는 이제 경영인의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어쩌면 이 책의 숨겨진 주제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룩한 것들은 신화가 아니라, 노력의 결과 라는 메인 주제의 밑에 말이다.

 

순간 노암 촘스키나 수전 조지 같은 좌파 사람들의 주장이 떠올랐다. 이제 정치는 정치인의 논리보다는 경제인의 논리가 좌우하게 되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더욱더 활개를 칠 것이고, 우리 세계사회는 점점 강자에게 부드럽고 약자에게 냉정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막아야 한다. 라는 반세계주의자들의 말이 떠올랐다.

 

과연 정치는 어떤 사람들이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이 책이 내게 남긴 숙제이다. 이시장이 말한대로, 이제 경영자가 정치를 해야할 때인지도 모른다(사실, 세계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기업 대 국가로 권력의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분명히.). 그렇다면 국가가 기업으로 변신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그럼 국가는 이제 프리드먼의 표현에 의하면 "올리브 나무"를 버려야 할까. 그렇다면 노암 촘스키의 말대로 신자유주의 천국이 되는 걸까.

 

물론 이명박 시장도 이 책의 마지막에, 돈을 잘 써야한다(약자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모든 자본가의 마인드가 그와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떠한 길이 내가 평생을 추구하고 싶은 "자유, 평등, 박애"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이 책이 내게 남긴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