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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인간 - 베르나르 베르베르


2006. 8. 12. 작성된 글


인간.

 

160여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짧은 책이지만, 처음 접한 베르베르 라는 아저씨에게 반해버렸다.

 

전에 보았던 "사랑의 추구와 발견" 처럼, 희곡의 형식을 띄고 있다. 파트리크의 " " 은 시나리오 였지만, 인간은 연극을 위해 준비된 희곡이라는 것이 그 차이일 뿐.

 

"사랑의 발견과 추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희곡은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생각보다 읽기에 편한 것 같다. 사실 우리들이 날마다 접하는 일상도, 누군가가 설명해주는 것이 없지 않은가. 단지 우리가 생각하고, 대화하고, 행동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어쩌면 희곡이 소설보다도 더 먼저 탄생한 문학이라는 생각도 든다(정말인가? 문학 전공한 애들이 이걸 보면 웃겠다).

 

어쨌거나,

 

두 사람이 유리관 속에서 살고 있다. 아니, 살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외계 생물에 의하여 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따지면 논리적인 오류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작가의 상상력.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인간은 과연 어떠한 존재인지를 발견해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장면들이야, 여러분들이 읽어보면 직접 알겠지만, 나의 경우는 "인류의 유죄와 무죄"에 대해서. 둘이서 열어본 모의 재판 광경이 정말 감명깊었다.

 

인류는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 아니면 멸종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악한 존재인가.

 

인류는 동물과는 다르다. 여러모로. 서로간에 존재하는 "차이" 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증오하고, 온갖 웃기지도 않는 짓(외계 생명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을 다한다.

 

사실 우리 인류 때문에 지구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지, 생각해보면 끝이 없다. 지구야 그렇다치고, 수많은 동식물들 역시 그렇다 치자.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며, 설령 이해한 자라 하더라도, 그러한 현실을 바꾸어보려는 생각을 해보는 사람은 몇이나 되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이는 과연 존재하는가.

 

 

인류는 인류에 대하여 유죄인가, 무죄인가. 그 해답은, 우리들 각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베르베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류는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칠 수 있기 때문에 인류에 대하여 무죄이다. 아니, 적어도 인류가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베르베르의 인간에 대한 생각, 또는 인간에 대한 인식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즐거운 책이다. 짧으면서도, 나름대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