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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피델 카스트로 _ Robert E. quirk


2006. 8. 25. 작성된 글



느낀게 많은 책.

 

 

지난 외출 때. 8월 12일로 기억한다. 어쨌거나, 이태훈 상병님과 같이 강남영풍(사실은, 이태훈 상병님이 끌고 간 것이었다. 광주가는 버스 타는 것 때문에;)에서 충동적으로 구입한 책이었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똑같이 쿠바혁명을 일으켰고, 카스트로는 지금까지도 미국의 턱밑에서 쿠바를 사회주의 국가로서 무장시키고 있지만, 체 게바라는 볼리비아 혁명 전선에 뛰어들어 총살당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체 게바라는 장 폴 샤르트르에게 "21세기의 가장 완벽한 인간상"으로 칭송받고 있는 한편, 피델 카스트로는 "21세기의 가장 마지막 공산주의국가의 독재자"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도대체 왜일까? 여기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 이 책은 미국인이 썼다.

 

처음부터 끝까지,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저자의 태도는 은근한 비난이다. 사실 책 전반에 걸쳐 카스트로를 직접적으로 비난한 내용은 찾기가 매우 어려우나, 책에 깔려있는 말들 속에는 "역사가 카스트로를 평가할꺼라구? 그래 두고보자."라고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을 일으키고 나서, 사상적인 틀을 형성하지 못했을 때,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를 택한 이유를, 미국의 독재정권 지원 못지 않게 소련의 무조건적인 지원을 언급하지만. 웬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가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오늘날 반세계화 운동권에서는 사회주의가 그 대안으로 공공연히 오가고 여전히 독일과 프랑스는 사회민주세력이 정권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주의 자체에 대하여 피델 카스트로가 느낄 수 있었던 인센티브에 대한 고민을 저자가 충분히 연구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로버트 E. 쿼크는 피델 카스트로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 대하여 알기 위해서라면 나는 이 책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매우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처럼,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축소할 부분은 과감히 축소하고.)

 

# 또 변호사다!

 

젠장할. 세계의 유명한 대통령들은 왜 그렇게 변호사 출신이 많은 것인지. 난 피델 카스트로 조차 변호사 출신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바나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피델 카스트로는 분명 변호사로서 살 생각도 없었고, 법무일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어쩄거나 공부 꽤나 한 당시의 엘리트였구나- 라는 생각이 "변호사"라는 세글자 때문에 머리 속에 박힌다.

 

이 부분은 내 미래와 관련한 것이라. 꽤나 인상깊었다. 변호사로서 피델 카스트로를 자세히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없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 혁명 당시 추호도 조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체 게바라는 달랐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여행 당시 이미 체 게바라는 사회주의적 혁명가로서 마음을 굳힌 듯 하다. 어쨌거나,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주의자로서 전향한 후,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관계는 은근히 오묘하다. 그리고 둘의 갈등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웃긴 것 두가지.

 

1. 난 체 게바라의 "순수도덕적 공산주의 이론"을 지금 내가 속해있는 군대 안에서 발견했다.

 

소련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을 부정하지만, 나름대로 물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일종의 변종된 사회주의 이론을 채택했다. 그리고 피델은 이 노선을 따랐다. 반면 체 게바라는 "순수도덕적 공산주의 이론", 다시 말해, 물질적 가치는 부정해버리고 정신적으로, 또한 도덕적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가치로서 공산주의를 설파했기 때문에(마오쩌둥의 이론과 비슷하다), 대다수 인민들은 많이 일해도 보상으로서 남들보다 많이 주어지는 혜택 같은 것은 체 게바라의 공산주의 이론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과연 군대는 어떠한가? 월급쟁이 간부님들에겐 물론 말이 안되지만, 우리 병사들에게는. "너는 군인이니까!" "너는 충성을 다해야하니까!" "너는 하급자니까!" 이러한 이유로 각종 일과 업무, 훈련을 강요하는 것. 사회주의랑 꽤나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가?

 

2. 체 게바라가 쿠바를 떠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피델 카스트로의 경쟁자 숙청 작업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런데 쿠바나 다른 사회주의 진영에서 나온 책들을 살펴보면 체 게바라는 그 자신의 혁명적인 열정을 또 다른 곳에서 실천하기 위하여 볼리비아, 르완다 같은 내전국가로 향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은이가 미국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실은 무엇일까?

 

 

# 피델 카스트로.

 

얼마 전 피델 카스트로가 쓰러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 뉴스를 듣고 이 사람도 꽤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사회주의 쿠바의 독재자라 할 지라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 또한 미국의 모순된 정책을 비난하는 모습. 그리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신념(사회주의)을 따르는 그의 정책.

 

이러한 점을 살피면 확실히 보통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누구에게나 본받을 만한 점은 있다. 그리고 그의 인생 경로가 어디에서 끝이 날지는 모르겠으나, 그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사회주의 국가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사회주의국가라면 환영하겠다. 이 세계는 지금 무언가 부조리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다른 곳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꼬집어낸다면 그들은 다같이 "자본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경제. 새로운 인권. 새로운 자유와 평등, 그리고 진정한 박애는 지구상 어느곳에서 언제쯤 펼쳐질까.

 

피델 카스트로는 어쩌면, 적어도 쿠바혁명 당시까지는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음에 틀림없다. 그날의 젊었던 피델을 위해! 우리는 우리의 열정을 다하자. 시무룩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