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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장미, 비파, 레몬 - 에쿠니 가오리

2008. 12. 27. 작성된 글




그러고보니, 한 작가의 책을 출간 때마다 읽기는 에쿠니 가오리. 책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수업 때문에 우석훈의 책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 책은 뭐랄까. 연애를 하고 있는 내가 지금 시점에서 읽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연애를 하고 싶다.)

 

뭐랄까. 바람난 가족 같다. 가족은 아니지만, 그들은 묘하게 얽힌 친구 사이에, 직장 동료 사이에, 동네 이웃 사이들이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애정전선이 꼬여 있다. 9명의 등장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소설은, 1/3을 넘게 읽으면서 드디어 등장 인물의 이름을 - 일본 이름은 죄다 -코 라서 헷갈린다 - 독자로 하여금 외울 수 있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의 소설은 참으로 잔잔하다. 일본 소설이 전체적으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완전한 탈선, 혹은 완전한 일상. 그 일상 속에서, 별 것 아닌 일인 것 같은 일들이 발생하고, 그 가운데 애정과 갈등이 싹튼다. 바람난 관계를 로맨스로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결국, 이들의 관계는 "부질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하지만 다시, 말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임을 암시하는, 쳇바퀴 같은 그런 일상을 다시 한번 그리는 듯 하기도 하고.

 

일본도 그렇고, 우리 나라도 그렇고. 적어도, '여성'에게 결혼은 정말 큰 무언가인 듯 하다. 직장이 있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직장이 있는 남성과는 달리 아이라는 존재가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장이 없으면 더 할나위 없이 자신들이 아줌마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기제이기도 하고.

 

어쨌든. 난. 바람 피우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여자친구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줬다. '감시'라는 표현이 너무 적나라하지만, 언제나 처음처럼 즐거운 관계가 유지되었으면 한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