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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콘트라베이스 - 파트리크 쥐스킨트

2005. 2. 10. 작성된 글



여담을 붙이자면,

이전의 깊이에의 강요,도 마찬가지였고 꽤나 유명한 작가 이름을 습관적으로 파스킨트 쥐크리트 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지크프리트 때문에 쥐크리트 라고 입력되었나보다. 파스킨트는 나도 알 수 없고,

네이버에서는 콘트라베이스의 사진이 많지 않았다. 유명한 악기가 아니어서 그런가, 하고 저 사진을 그냥 쓰자니, 여자아이가 인상쓰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한 생각이 든다. 일단 올리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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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재미 없었다. 100페이지를 약간 넘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10페이지는 생소한 장르인 희곡-그것도 모노드라마, 이라서 흥미있게 읽었으나 그 뒤는 좀처럼 재미를 못 붙였다. 역시 스릴있거나 선이 굵은 스토리의 변화가 없어서인 듯 싶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질질 끌다가, 오늘 서울 올라오면서 나머지를 읽었다. 지루한 이유는 별 것 아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의 이름 중 내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흥미를 못 느낀 듯 하고,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쪽에 무관심한 탓도 아마 클 것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이다. 마지막 10여 페이지 정도는 그래도 기대했던 느낌을 내게 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정말, 곧 시작되는 오케스트라-대통령 각하와 수상이 관람하는-에서, 맨 뒷줄의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쎄라!" 라고 소리친다면,

내일 신문에서 볼 수 있을 텐데. 결과야 어쨌든 자신이 누군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성악가 쎄라는 죽을 때까지 그의 이름을 잊지 못할 것이다.

<- 내가 고등학교 졸업식 직전 생각했던 것과 똑같았다. 졸업식 때 나름대로 크게 장난쳐보려 했는 데, 결국 나는 하지 않고, 똑같이 준비했던 장정원은 했고. 뭐.

저 주인공도 아마 마찬가지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나처럼 별 특징 없는 인간인 것 같으니까, 이건 이유로서 충분하다. 아마 별 일 없이 오케스트라의 악보는 연주되고 내일 신문엔 별다른 기사가 없겠지.

그러나 주인공씨는 그나마 용기있는 편인 듯 싶다.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제가 왜 꼭 당신네들보다 잘 지내야 하는 겁니까? 그래요, 당신네들이요! 회계사, 수출 업무 대행업자, 사진 현상가, 법률가 등등인 당신네들보다 말입니다.....




정말, 그러면 안된다는 법은 없는 데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 이건 가슴 속, 또는 머리 속에 여전히 꿈이 남아있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말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쥐스킨트 씨가 뭔가 뛰어난 것이 있긴 있는 듯 싶다. 별로 많은 책을 읽지 못한 내가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심리묘사랄까 - 그런 것을 통하여 사회의 여러 군상들을 잘 그린다.

평범한 소시민인 주인공이 말하는 공무원으로써의 안정성은 그가 생각하는 대로 독이 될 수도 있는 듯 하고, 일탈 또는 "일"을 저질러버리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압력(아마도 자신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에 의해 수그러드는 그의 상상.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일 듯이 밀려드는 감동은 많지 않으나, 살다가 드문드문 생각날 것 같다. 아마도 주인공과 나를 비교하면서.

어쨌거나 초반 80여 페이지를 버티는 것이 관건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