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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사다리 걷어차기 - 장하준


2007. 8. 4. 작성된 글


정말 오랫만에 쓰는 리뷰라서, 사실 어떻게 써야할 지. 감조차 잃어버렸지만, 정말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쓴다.

 

"경제학"이란 학문 자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가, 병장 달고서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경제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하준 교수란 사람을 단순히 검색해보고, 그 분이 쓴 책 중 초기작(번역된 것 중;)인 듯 한 이 책을 별 생각 없이 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스티글리츠의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이란 책을 읽었는 데. 두 책 모두 말하는 바는 같다. 어차피 선진국도 지켜내지 못하는 "자유무역"을 후진국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최소한 선진국이 집행했던, 혹은 집행하고 있는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후진국이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스티글리츠의 책과의 차이점은, 스티글리츠는 WTO나 도하 라운드 같은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무역협상의 부조리나, 모순에 대해 지적하고, 진정으로 세계가 공평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라운드"가 필요하다는 다소 거시적이고 현실에 입각한 주장이고, 장하준은 이 책 속에서 선진국들의 경제정책이 어떠한 방향에서 어떤 쪽으로 발전했는 지를 역사적 자료를 통해 밝혀내면서, 지금 선진국이 강요하는 즉각적인 시장 개방은, 과거 선진국이 어떠한 방식으로도 고려해본 적이 없는 명제라는 것을 지적하는, (내가 보기에는) 경제정책이라는 세분화된 분야에서 그들의 모순을 지적한다.

 

처음엔 (머리말에는 이 책이 학술서라고 되어있었다) 딱딱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다보니, 스티글리츠의 책과는 달리 용어들도 쉽고 논리도 정연하여 경제학을 공부한 적 없는 내가 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후진국들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선진국들의 "아량"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절대적인 논리를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기껏해봐야 "너희들도 옛날엔 그랬으니까(보호무역으로 지금처럼 발전했으니까)." 이 정도의 논리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이유가 이해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세계 12위의 통상대국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어쩌면 개발도상국이 통상대국으로 올라오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더 클지 모른다. 과거 독일의 경제발전을 위하여 보호무역주의를 그토록 강조했던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말했던 나라들 중 우리는 "영국"의 위치이지, "독일"의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선진국이 사다리를 다시 놓아주어야하는 불가피한 이유가 확.실.히. 부족하다.

 

물론 저자가 밝히듯이 이 책은 단지 선진국의 과거와 현재가 모순된다는 것을 지적했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아직은 젊은 장하준 교수가 먼 훗날 이에 대한 해답을 내어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