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4. 작성된 글
# 내가 군대에 와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일종의 비전을 얻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또 확실치는 않지만 내가 어느정도 원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그 중에서도 제러미 리프킨 의 "유러피안 드림" 속에서 알게 된 장 모네(Jean Monnet)라는 사람은 비록 만난 적도 없고 살았던 시대도 한두세대 차이가 나지만, 내가 그 어떤 바깥세계의 영향도 받지 않는 다면 따라가고 싶은 모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황폐해진 유럽 대륙의 한 가운데, 그 중에서도 프랑스인으로서 "유럽 공동체"를 주창하고, 결국 EU를 탄생시킨 그는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격인 인물이었다. 비록 그에 대해 쓰여진 책들 가운데 한국어로 제대로 번역된 책이 거의 없어 잘 알지는 못하고, 기껏해봐야 영어 버젼의 위키페디아에서 얻은 정보가 다 였지만(그래서 내 대학 생활 목표 중 하나가, 모네에 대해 쓰여진 책 중 한권을 번역해보는 것이다), "유럽처럼, 우리 아시아도 할 수 있다면, 그 일을 바로 내가 해보고 싶다."는 나의 꿈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 박노자는, 한국 민족의 시각이 아닌 관점에서 우리를 관찰하고, 직접 참여하여, 우리가 몰랐던 우리를 발견함으로써 적잖게 우리를 당황시키는 인물이다. 그가 쓴 책이나 글을 단편적으로 접해봤을 뿐이었지만, 그가 지적한 것들에 대해 나 역시 당황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나서, 그가 쓴 책 중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를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사실 별 기대감 없이 잡았을 뿐인 책이었는 데, 이 책은(다른 책도 마찬가지인 지는 잘 모르겠다) 아시아적인 가치를 찾아내려는 우리들의 노력은 어쩌면 편협한 민족주의의 또다른 이름일 지 모르며, 오히려 오리엔탈리즘이란 틀에 갖혀 또 다른 면의 오리엔탈리즘을 찾고 있는 것이 지금의 동아시아 지식인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일러주었다.
또한 신자유주의 같은 지극히 미국적인 가치를 공격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요소를 지적하기도 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여러가지 가치와 인식, 세계관을 바꾸기 위해 - 적어도 반성적으로 다시 살펴보기 위해 -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페미니즘, 민족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이런 여러가지 담론을 통하여, 국가와 제국이 어떻게 일반 민중을 교육시키고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시켰는 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좋은" 지식인이란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이용당하였는 지 조용히 써 놓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 속에서 역사와 민족, 이러한 가치들의 재구성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지금 내가 세상을 인식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난 성장하고 있다)
# 임지현 교수와 어느 일본 교수가 쓴 "오만과 편견", 또한 얼마 전에 읽었던 "더 작은 민주주의를 상상한다", 그리고 이 책. 이러한 류의 책을 읽다보면, 그 분들의 세심함에 놀라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양성을 존중하는 통합의 커뮤니티"를 건설할 수 있을 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분들이 있음으로서 우리는 좀 더 인간적으로, 그리고 좋은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위안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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