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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부동산 계급사회 - 손낙구


2011. 4. 30. 작성된 글



1. 사실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꽤나 오래 전이었는데, 그 때는 그저 진보신당 보좌관이 썼다는 말만 듣고 또 지긋지긋한 계급논쟁인가-, 라는 생각에서 손도 대지 않았었다.

 

1-1. 그런데 이 책을 굳이 도서관에서 빌려 본 이유는, 얼마 전에 로스쿨 준비하는 후배와 저녁을 먹기 위해 기다리다가 시간이 남아서 홍익문고에서 잠깐 잠깐 읽어본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에 '명저'라고 극찬이 되어 있길래 호기심이 일어나서 다음날 바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2. 정말 명저라는 생각이다.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이라길래 무언가 당위적이거나 혹은 추상적인 명제와 논거들로 가득찬, 그리고 결론적으로 '부유세'를 정당화하는 그런 책일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의 핵심 내용은 '지구온난화'고 '환경보호'고 다 지랄같은 소리다. 라는 내용인데, 그 책은 정말 방대한 양의 통계와 적절한 비유가 가득하며, 환경보호라는 미명 아래 어떻게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는 지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쓰여져 환경보호라는 것은 적절한 수준에서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언급한다.

 

이 책의 경우는 위의 책과는 달리 사회통념상 지극히 문제가 있는 분야인 '부동산'에 대하여 온갖 통계를 제시하며 부동산으로 인하여 부의 세습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로 인하여 한국 경제가 어떠한 침체를 겪는 지를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의 최다 주택보유자는 1000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을 현금화하면, 캐나다의 국토를 6번, 프랑스의 국토, 미국 국토의 절반 등등을 택일하여 살 수 있다. 수도권 주변 토지의 가격은 60년대 이후 평균 2천배 가량 올랐는 데, 이는 물가 상승률에 비교한다면 엄청난 재테크 수단이다. 등등.

 

3. 다른 부분은 모르겠으나, 마지막 부분에 서술되어 있는 부동산계급사회의 극복 방법 부분은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저자는 적어도 건물이 아닌 '토지'의 경우는 점진적으로 정부가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그 소유자로부터 매입하여야 하고, 부동산 소유권은 개념적으로 사용권 혹은 이용권으로 바뀌는 것이 어떤가- 라고 제언한다.

 

3-1. 로크도 그렇고, 마르크스도 그렇고, 결국 '부' 혹은 '재산'은 인간의 노동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에 한정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토지'의 가격 변동으로 인한 재산의 변동은 당연히 '불로소득'이고 따라서 엄청난 과세를, 나아가 사회주의에서는 이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3-2. 법이 당위를 말하고, 이로 인하여 정의로운 상을 사회에 구현하고자 한다면 결국 토지 공개념, 나아가 토지 국유화를 실행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온갖 철학자들의 생각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이므로 그다지 비난받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발생할 엄청난 저항이 있으니, 감히 그런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법을 만드는 사람도, 집행하는 사람도, 따르는 사람도 모두 현실 속의 사람이기에 정의로운 상이 무엇이든 결국 내가 곤란하므로 따를 수 없다. 그래서 베버는 형식적인 합리화(?)를 이야기 하고, 결국 제도라거나 관료주의 등과 같이 개인의 개성과 관계없이 유지하는 사회구조 혹은 사회체제를 갖추어야만 근대국가 혹은 자본주의가 성숙한다고 보았겠지?

 

3-3. 참 씁쓸하다.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