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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2011. 4. 30. 작성된 글



(느낀 점만 간략히 서술해놓는다.)

 

1. 나는 로스쿨생이고, 아마 변호사가 될 것이다.

 

2-1. (27살, 철 없는 나는) 로펌에 취업하고자 하는 생각은 별로 없는데, 그 이유는 법률가로써 이 사회에 살아가고 싶지, 자본주의 속에 용해되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는 일이 싫기 때문이다.

 

2-2. 판사, 혹은 검사가 되는 일 역시 아마 없을텐데, 사실 내가 공직에 나아가서 그러한 일을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학점이 형편없어서 애초에 자격이 되지 않는다.

 

2-3.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성이 낮은데, 첫째는 역시나 공정성이 중시될 기관에서 필수적으로 따질 학점이 좋지 아니하고, 그러한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변호사는 당연히 '경력'을 요할 것 같다.

 

2-4. 공감, 민변, 민주노총이나 NGO에서 일하는 것도 싫은데, (일 자체는 정말 보람찰 것 같고 나 자신도 행복할 것 같지만,) 그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기대수입이 적기 때문에 나를 지금껏 키워주신 부모님께서 멀쩡히 계시는 한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며 가족에게조차 보은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자식이라 감히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일천한 나는 조금 더 이 사회의 주류 혹은 민간 경제 분야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2-5. 그래서 나는 기업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3. 그런데 이 책을 읽고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3-1. 재벌 기업의 법무팀에는 취업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과거 어떤 책에서 보았던 내용 중 아직 잊지 않는 것은, 기업의 법무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업, 마케팅, 관리, 재무에 영원히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그러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라는 내용의 구절이다. 이 구절과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등장하는 변호사의 업무는 그 궤를 같이 한다. 아마도 이러한 조직에서 일하는 동안, 끊임없는 양심과 돈 사이의 고민이 날 괴롭히지 않을까.

 

3-2. 그렇다고 KT와 같이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간기업이 된 곳에 가는 것도 마땅찮은데, 그 이유는 어차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거나 하는 기업 문화 자체가 싫어서이다. 그러한 조직에서 누가 의욕적으로 일할 지도 의심스럽거니와, 나라도 그러한 조직에 있다면 정치 권력과 유착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 같다.

 

3-3. 상대적으로 재벌과 같은 절대자가 없는 외국계 기업에는 취업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나 자신이 영어지진아이기 때문이다.

 

3-4. 결국 놀고 먹고 싶은 거다. 나라는 건.

 

4. 김용철 변호사라는 분을 초빙해서 강연 비슷하게 혹은 환담 비슷한 대화를 해보고 싶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고, 후배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도 묻고 싶다. 사실 이 책의 전부가 진실이라고 믿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슬프지만,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믿기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을 감히 깎아내리는 것 같다.

 

덧. 그렇지만 변호사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번 중간시험 결과는 죽을 때까지 알기 싫다. 에휴.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