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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법무법인 창천에서./변호사, 이것 저것.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위한 팁 (6) - 자기소개서 작성법(로펌)

지난 (5) 회차에 이어서, 로펌(서초동 로펌)용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기재하고자 한다.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준에서 주관적인 판단으로 작성한 글이므로, 참고는 하되 맹신은 하지 않기를...


1. 이력서가 자기소개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팁 (1) (https://lawview.tistory.com/79)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 있지만, 서초동 로펌이 공고를 낼 경우 엄청나게 많은 지원서가 순식간에 도달한다.

그리고 채용 담당 변호사 입장에서는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또는 꼼꼼히 읽기는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채용자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읽어보려 노력하지만, 결국 시간에 쫓겨 이력서를 우선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급이 수요에 비하여 많은 채용 시장에서, 너무나 훌륭한 스펙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낸 로펌의 니즈에 가장 부합하는 인재를 위주로 (사실상 "과락 제도"를 적용하여) 이력서 만으로 면접 대상자 후보군을 고른다.

따라서, 본인의 객관적인 스펙이 뛰어날 수록, 수상 경험이나 사회 경험이 많을수록(본인이 사회생활에서 수행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 내용 등을 이력서에 풍부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 어학 능력이 뛰어날 수록, 반드시 (이력서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이력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과거 모습이나 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일하기 위하여 준비된 모습을 소개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제출하는 대부분의 자기소개서는, (1) 로스쿨 재학 중 인턴 과정에서 작성한 (아마도 대형 로펌에 제출하였을) 자기소개서의 내용(로스쿨 입학 전인 학부 시절, 또는 직장인 시절, 로스쿨 때 성적이 오르게 된 계기 등이 있다)을 기초로, (2) 변호사시험 준비 과정에서 얼마나 성실했는지, (3) 변호사시험의 성적이 얼마나 높은지, (4) 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를 서술한 자기소개서이고, 지원 대상 로펌의 명칭을 바꾼 상태로("법무법인 A"를 "법무법인 B"로 발췌 수정한 상태로) 제출된다.

아마도 '대형 로펌에서 인턴으로 선발된 경험이 있는 자기소개서를 베이스로 하면, 적어도 자기소개서 때문에 다른 지원자보다 뒤처지지는 않겠지-'라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런 형태로 작성된 자기소개서를 끝까지 집중하여 읽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변호사는 지원자의 성적이나 변호사시험 성적에 관심이 없고, 설령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성적증명서나 이력서에서 확인한다.

우리는 '인턴'을 뽑아서 2주~4주 동안 선발하여 테스트 해본 후, 그 인턴을 채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할 변호사를 채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서초동 로펌이 신입변호사를 뽑을 때에는 "뭔가 매우 뛰어난 것 같은 데 확신이 없는 지원자"보다는 "얼마나 잘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는 지원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 서초동 로펌은 잘 해야 1~2명을 뽑기 때문에, 인재 채용을 실패하게 되면 받는 타격이 대형 로펌이나 사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따라서,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로펌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는 철저하게, "난 ~~~ 하는 변호사가 될 것이다"가 아니라, "난 지금도 ~~~를 할 수 있는 변호사이다"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할 필요가 있다.


3.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문장력을 암시하는 수단이다.

안타깝지만, 현직 변호사들의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 사법연수원에서와 달리 시보 생활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실무수습 기간에 소장, 준비서면 등 소송 서류 작성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용 담당 변호사 입장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읽을 때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잘 읽히는 자기소개서"인지 아닌지이다.

채용 담당 변호사는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막힘 없이 읽었는지, 맥락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없었는지, 문장에 비속어나 지나친 수식어가 있는 건 아닌지, 문장이 간결한지,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부분을 살핀다.

(채용 담당 변호사는 이력서 만으로 상당수 지원자를 거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진지하게 읽고 있다면, 그 지원자의 스펙에 만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기소개서의 문장은 법률문장론과 일치시키는 것이 좋다. 이 경우, 로스쿨에서 법률문장 작성에 관한 교육을 충실히 받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고, ~며", "~가 ~에게 ~을 지급하라"와 같은 법률문장론에서의 표현을 (자기소개서에 어울리는 한도 내에서) 사용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다만, "~라고 할 것입니다"와 같이,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는 표현을 기재하는 것은 지양하자.

오타가 있거나 띄어쓰기 오류, 지나치게 글씨가 작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크지 않은지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4. 자기소개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 것을 권유한다.

- 로스쿨 진학 전 사회 생활 경험(유경험자의 경우) : 매우 중요하다. 로스쿨 진학 전에 기업에 재직하였다면, 해당 기업에서 어떤 업무를 하였는지, 사회생활 과정에서 겪은 소송 경험. 가령, 건설 전문 소송팀에 지원하는 지원자가 건설회사에 재직한 경험이 있다면, 해당 지원자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 로스쿨 재학 중 인턴 경험 : 중요하다. 법원, 검찰, 대형 로펌의 인턴 경험은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다. 그 인턴 과정에서 다루었던 사건의 종류, 작성하였던 서류의 명칭 등을 기재할 필요가 있다. 법원 또는 검찰에서 인턴을 하였거나 대형 로펌에서 인턴을 한 경우, 해당 지원자를 어느 정도는 실무를 접해본 인재로서, 지금 당장 업무에 투입하더라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 지원자의 소송 경험 : 만일, 본인의 민사소송 경험이 있는 경우, 해당 내용을 기술하자(판결문을 첨부자료로 제출하는 것도 좋다).

- 변호사시험 후 현재까지의 경험 : 중요하다. 변호사시험을 치룬 후 합격자 발표, 지원 시기까지 법률 업무와 관련하여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상세히 기술하는 것이 좋다. 취미 삼아 꾸준히 법원의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했다고 하는 것도 좋다. 약 3~4 개월 동안의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지원자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 채용 담당 변호사(팀)의 수행 업무와 관련된 지원동기 : 단순히 "법무법인 A"에 대한 지원동기를 서술하지 말자. 가능한 "A 법무법인 ~ 팀"에 대한 지원동기를 서술하자. 채용 담당 변호사 입장에서, 실제 일을 하게 될 변호사 또는 팀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리서치 방법에 대하여는, https://lawview.tistory.com/87?category=748619 참고).

- 리걸 리서치 능력(어학 능력을 포함하여) : 신입 변호사 업무의 대부분은 리서치이다. 따라서, 본인의 리서치 능력을 암시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인턴 경험 중에 가장 보람을 느꼈던 부분이 리서치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을 찾았다거나 해외 논문을 찾았던 경험이었다고 서술하는 방법으로, 리서치 능력과 리서치 과정을 암시하는 것이 좋다.

- 발표 능력 : 변호사는 변론을 하는 직업이다. 물론 서류 작성 업무보다 비율은 낮을 지 모르지만, 변론 또한 빠질 수 없는 변호사의 업무이므로, 스피치와 관련된 자신의 능력을 표현하자. 가령, 가인법정변론대회에서 주변론을 맡았다든지, 방송인 준비를 했다든지, 인턴 과제 과정에서 발표를 맡았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면 좋다. 임기응변 능력을 갖추었음을 표현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인간관계와 네트워킹 능력변호사가 가장 통화를 많이 하는 상대방은 "의뢰인"이다. 그리고 그 의뢰인은 밤낮, 휴일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하거나 회의를 요청한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특히 파트너 변호사일 수록) 의뢰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의뢰인과의 인간관계와 네트워킹은 중요한 덕목이 된다.


5. 자기소개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필수적이지 않은 것 같다.

- 가정환경, 성장배경, 대학 입학 전까지의 기간 : 특이한 가정환경이나 성장배경이 아니라면, 대다수 변호사들은 별 감흥 없이 읽는 부분이다.

- 로스쿨 성적의 향상 배경 : 1학년 성적이 매우 낮은 것이 아니라면, 굳이 기재할 필요 없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다른 능력이 모두 마음에 드는데, 로스쿨 성적 때문에 면접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을 것이다(지금은 로스쿨 재학 중 인턴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 변호사시험 성적 : 정말 높은 성적이 아니라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석차가 표기된 것이 아닌 한, 해마다 난이도가 달리하는 변호사시험의 점수에 관심이 없다.

- 10년 후의 목표 : 면접에서는 물어볼 수 있겠지만, 자기소개서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 로스쿨 재학 중 또는 학부 재학 중 학내 수상 경험 : 이력서에 표시하거나, 장학 증명서로 대체하자. 

- 롤 모델 : 지원하는 로펌의 변호사가 롤 모델이 아닌 이상 특별히 기재할 필요 없다. 특히,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가 롤 모델이라고 기재할 경우, 서초동 로펌 입장에서는 대형 로펌에 경력직으로 이직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6. 첨부하면 좋은 서류 : 자기소개서 본문에는 기재할 필요가 없지만, 제출을 권유하는 문서이다(이력서에 표시해도 좋다)

- 컴퓨터활용능력(MOS 자격증)많은 변호사들은 소송 서면을 작성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워드프로세서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MS 워드(의 특이사항),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활용에 강하지 못하다. 따라서 컴퓨터활용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선호한다.

- 추천서 : 인턴 과정에서 지도를 받은 변호사, 검사, 판사, 또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담임 교수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면, 첨부하는 것을 권유한다.

- 학부 / 로스쿨 재학 중 대외 수상 증명

- 직장 생활 중 수상 증명

- 본인이 언급된 신문기사 : 좋은 점으로 인용된 신문기사를 말함은 물론이다.

- 운전면허증 : 별도로 제출하기는 너무 거창하지만, 이력서의 자격 증명란에는 반드시 기재하자.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건 서초동 로펌에서는 큰 장점이 된다.


7. 참고사항 1 : 알찬 자기소개서 작성법

필요 없는 부분을 모두 제외한,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만 있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추천한다.

(1) 글자 수를 5,000자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자.

(2) 위 (1)의 자기소개서를 3,000자로 줄이자.

(3) 위 (2)의 자기소개서를 2,000자로 줄이자. <- 이걸 제출한다.

(4) 위 (3)의 자기소개서를 a4 1페이지로 줄이자. <- 이력서다.


8. 참고사항 2 : 목차와 볼드체 활용법

목차는,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1. 가. (1). (가)., 즉 판결서의 순서대로 써보자.

볼드체단어 위주로 표시하되, A4 용지 1페이지 기준 최대 5개를 넘기지 말자.

밑줄단문 위주로 표시하되, 각 대목차의 결론 부분(또는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표시하자.


이번 파도만 넘어가면, 쫙 펼쳐진 수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글을 작성하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서 조금은 민망하다. 하지만, 다른 자기소개서 작성 팁 글과 중복되는 내용이 있다면, 그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토록, 지원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