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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법무법인 창천에서./변호사, 이것 저것.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위한 팁 (9) - 좋은 로펌 고르기(서초동 로펌-3)

이번 포스팅은 어떤 서초동 로펌이 좋은 로펌인지 판단하기 위한 주관적인 감별법을 다뤄보고자 한다. 개인의 경험에 따른 것이므로 일반화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내가 만일 2013년으로 돌아간다면 이런 기준으로 우선 지원 대상 로펌을 선정했을 것 같다. 참고로 순번에 따른 우열은 없고, 그냥 생각나는 기준대로 세 꼭지씩 써보는 것임을 고려해서 참고 삼자!


회사 분위기

1. 가까운 사람이 근무하고 있는 로펌

난 개인적으로 어떤 회사이든, 친구 같은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과 함께 근무할 수 있는 회사가 가장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은 어떤 의미로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상사에 대한 불만을 표하든 뒷담화를 하든,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맥주 한 캔이라도 마시든. 

정말 가깝고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근무할 수 있다면, 그 로펌은 나에게는 굿피플, 아니 굿로펌이다.

(특히, 사전 리서치 단계에서 가까운 사람에게 해당 로펌에 대하여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같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선뜻 말한다면, 그 회사는 내가 가까운 사람을 데리고 오고 싶은 좋은 회사라는 의미가 아닐까??)

2. 파트너들의 관계가 좋은 로펌

서초동 로펌의 구조는 별산제(각자 수임하여 각자 일하고 각자 수익하는 구조), 공산제(함께 수임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수익하는 구조)로 나눌 수 있지만, 사실 완전한 의미의 공산제는 서초동 로펌에서 찾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쏘 변호사 입장에서는 사실 별산제이건 공산제이건, 나에게 급여만 잘 나오면 무슨 상관이겠는가?

다만, 파트너들의 관계가 좋은 로펌인지는 따질 필요가 있다. 가령, 파트너들 사이에서 전혀 친분이 없거나 협업이 잘 일어나지 않는 로펌이라면, 내가 속해있는 팀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소송이나 전문 분야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깊이 있는 사건보다는 루틴한 사건을 다룰 기회가 많을 것이므로, 나의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만일, 파트너들 사이에 친분이 깊거나 협업이 잘 일어난다면, 내가 어느 팀에 속해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파트너의 일을 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사건의 폭이 매우 넓어진다. 우리가 대형 로펌 출신이 아니라면 애초에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나는 파트너들의 관계가 좋은 로펌에서 일을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서초동 로펌에도 오너 리스크는 존재하기 때문에, 파트너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면 어쏘 변호사가 신나게 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아래 2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대체로 그 회사는 파트너들의 관계가 좋은 경우가 많다.

- 홈페이지의 파트너들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연수원 같은 기수, 같은 회사 출신인데 거의 동시에 해당 회사에 들어온 경우(팀 단위로 옮기거나 회사 내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서초동 로펌을 개업한 경우가 많다), 학부나 로스쿨 동기 등}.

- 파트너들이 서로 말을 편하게 한다(예: 호칭이 "형", "언니" 등일 경우, 농담을 서로 부담없이 하는 등. 면접 때 살펴보자)

3. 사무직원이 오랫동안 근무한 로펌

로펌 변호사 못지 않게 이직이 잦은 직종이 로펌 사무직원이다. 만일 로펌 사무직원이 꽤 오랫동안 근무한다면(특히 저년차 사무직원이 오랫동안 근무한다면), 그 회사의 분위기는 좋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막내 직원을 기준으로 2년 이상 근무하였다면, 적어도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입사하기 전에 이런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


커리어

1. 최근 2년 이내에 퇴직한 부장 판사 또는 부장 검사의 팀

흔히 말하는 전관은 부장 판검사를 의미한다. 그리고 퇴직한 부장 판검사님들은 (대형 로펌으로 바로 옮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서초동 로펌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갓 퇴직한 부장 판검사님들은 대체로 수임이 잘되는 편이기에, 어쏘 변호사의 후배 변호사가 다음 연도에 채용될 가능성도 높다. 즉, 내가 더 편해진다!

또한, 그 부장 판검사님들이 대형 로펌으로 옮기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 때 이 분들이 어쏘 변호사를 좋게 보고 있다면 함께 옮기는 경우도 많다(즉, 팀 단위로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다). 이 경우 대형 로펌 어쏘 변호사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2. 대형 로펌 파트너급 변호사와 소속 팀원들이 개업한 로펌

위 1.과 비슷한 이유다. 서초동에서 보기 힘든 어려운 사건들을 다룰 수 있다. 그리고 대형 로펌 파트너급 변호사는 로펌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기 때문에, 로펌 경영도 합리적인 경우가 많으며, 앞서 언급한 파트너들 사이가 돈독함은 물론이다. 또한, 대형 로펌 파트너급 변호사가 서초동에서 개업하는 이유는 대형 로펌의 타이틀 없이도 본인의 명성과 능력으로 대기업 사건들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물게, 다시 대형 로펌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3. 대형 로펌 시니어급 변호사들이 개업한 로펌

위 2.와 비슷한 이유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본인의 목표가 최단기 개업인 경우

1. 수도권/지방 로펌

언젠가 변호사는 개업을 해야 한다. 로펌에서 파트너가 되는 것도 개업의 일종이다.

만일 본인이 빠른 시기(2년 내)에 개업을 하고자 한다면, 2년 후의 시장 예측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권/지방 로펌의 경우(서울에서 멀면 멀수록) 해당 지역의 경쟁자가 적다.

따라서 수도권/지방 로펌에 취업하여, 해당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사건을 배우는 것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도권/지방에서 발생하는 어려운 사건들은 어차피 대형/서초동 부띠끄 펌에서 수임하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또한 수도권/지방의 경우 국선변호사 업무 만으로도 사무실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다(서울의 경우 국선변호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도권/지방 로펌에 취업하여, 기본적인 사무실 영업과 관리를 배우는 것을 권유한다.

2. 지사 또는 지점 형태의 로펌 사무실

간혹 로펌 중 "~~ 지사", "~~ 지점" 이라는 표현을 쓰는 로펌 사무실이 있다(변호사법에서 규정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분사무소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 이 때 지사 또는 지점이라고 불리는 사무실에서 근무할 경우, 조금만 연차가 쌓이면 해당 지사 또는 지점 사무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다가 그 지역에서 개업할 경우, 대부분의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3. 가까운 사람이 경영하고 있는 로펌

말 그대로 가까운 사람이 경영하고 있는 로펌에 있을 경우, 어쏘 변호사가 빠르게 개업을 희망한다는 점을 알고 그 어쏘 변호사를 채용한다면 그 어쏘 변호사가 개업한다는 전제 하에 채용을 했기 때문에 여러 모로 사정을 봐줄 가능성이 높다(물론, 급여를 평균 이상으로 책정받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는 채용을 한 로펌 변호사는 어쏘 변호사를 사실상 1~2년 후 동업을 할 변호사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워라밸(솔직히 로펌에서 워라밸을 찾는게 넌센스이지만, 그래도 굳이 워라밸을 추구한다면 급여는 포기해야 한다. 어쏘 급여는 어쏘가 풀 파워로 일한다는 전제 하에 책정되는 것이다.)

1. 경력이 매우 많은 변호사님이 경영하는 로펌

2013년, 내 변호사 등록번호가 17,000번 대이다(대한민국 건국 후 등록된 번호 순서이다. 참고로 내가 시장에 나왔을 때에 2,500명이 나왔다.).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유지된다면 2022년에 변호사 등록번호는 30,000번을 돌파한다.

그런데 변호사 등록번호가 굉장히 빠른 분들이 전적으로 경영하는 로펌인 경우, 해당 사무실은 사건의 수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기반이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 분들의 로펌에서 일을 한다면, 빠른 퇴근이 가능할 수 있다.

2. 본인이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는 로펌

(나는 아니지만) 변호사 일을 통하여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주주행동주의라든지 외국인노동자 인권운동과 같은 경제적인 가치로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의미한다.

만일 본인이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는 로펌이 있다면, 그 곳에 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일을 하면서도 일을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이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3. 급여가 높은 로펌

갑자기 급여 이야기가 나오는 게 뜬금없겠지만, 사실 워라밸은 급여와 여가 시간 사이의 이익형량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급여 높은 로펌에 가는 것이 워라밸 기준에서 만족을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높은 급여를 받거나 좋은 복지를 받는다면, 본인의 만족감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야근을 해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다.

난 그런 점에서 워라밸을 중시 여기는 후배들에게 대체로 일의 성격이나 난이도를 떠나 급여가 높은 곳으로 취업하라고 조언을 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라밸이라는 단어는 급여와 여가시간 사이의 접점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급여가 높고 여가시간이 적더라도 그 사람이 워라밸의 관점에서 만족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번 포스팅은 블랙로펌을 가리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사실 내가 경험해본 적도 없어서, 좋은 로펌 고르기라는 주제로 글을 써 봤다.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전문성과 빠른 개업은 반비례한다. 내가 전문성이 있는 상태에서 빠르게 개업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특이한 사건들은 의뢰인도 대기업과 같이 한정적이고 그걸 취급하기 위한 전문성을 쌓으려면 대형 로펌에 있든지 법원에서 근무하여야 한다. 급여와 워라밸도 같은 관계다. 이런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주제가 슬슬 떨어지는 느낌인데. 궁금한 것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 달아주시면 다뤄보고 싶다. 물론 주관적으로...

더 특별히 취업과 관련하여 생각나는 게 없다면, 무급 실무수습에 대하여 다뤄보고, 어떻게 실무수습을 해야할지를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