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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집에서./책, 그리고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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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 손낙구 2011. 4. 30. 작성된 글 1. 사실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꽤나 오래 전이었는데, 그 때는 그저 진보신당 보좌관이 썼다는 말만 듣고 또 지긋지긋한 계급논쟁인가-, 라는 생각에서 손도 대지 않았었다. 1-1. 그런데 이 책을 굳이 도서관에서 빌려 본 이유는, 얼마 전에 로스쿨 준비하는 후배와 저녁을 먹기 위해 기다리다가 시간이 남아서 홍익문고에서 잠깐 잠깐 읽어본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에 '명저'라고 극찬이 되어 있길래 호기심이 일어나서 다음날 바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2. 정말 명저라는 생각이다.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이라길래 무언가 당위적이거나 혹은 추상적인 명제와 논거들로 가득찬, 그리고 결론적으로 '부유세'를 정당화하는 그런 책일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라..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우석훈 2009. 10. 15. 작성된 글 길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석훈 선생님이 쓴 글들은 별 감흥이 없었다. 말 그대로 스펙 쌓기에 익숙해지는 세대라서 그런가보다. 왜 20대는 20대의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느냐? 라는 그 질문에는, 부르디외의 유명한 그 연구를 다시 말 하고 싶다. "부르주아의 아이들은 진보적이며, 빈곤 계급의 아이들은 보수적이다. 전자에 주어지는 실패는 성공을 위한 경험이 될 수 있지만, 후자에 주어지는 실패는 말 그대로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 학생들의 글에 대해서 어떤 코멘트를 할 수 있을까. 우선 그녀의 글. 일단 그 글에 언급되는 내 모습이 다소 매정해 보인다. 하지만, 나 역시 실패가 너무 두렵기에 최대한의 학력자본을 축적 중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경제..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2009. 2. 24. 작성된 글 장하준이 밝혔듯이, 이 책은 그가 스타덤에 오른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의 대중판이다(참고로, 국가 관료형을 위한 버젼으로는 '국가의 역할'이 있다.). 덕분에, 이 책은 그가 처음 펴냈던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일관되게 주장하였던, 신자유주의의 허구성에 대해 역사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의 지적은 흔한 말로, 적당히 맞아 떨어져보이고, 적어도 경제사적인 분석의 측면에서 허구성은 없어보인다(물론, 이는 비전문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수많은 인터넷 상의 서평과, 노엄 촘스키와 같은 지성들의 추천사 만으로 충분할 테니, 몇가지 이해가 가지 않거나 수긍할 수 없는 바를 이 글에서는 ..
털없는 원숭이 - 데스먼드 모리스 2009. 2. 24. 작성된 글 저자가 밝히듯이, '털없는 원숭이'라는 용어는 인간을 객관화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단어로 털없는 원숭이를 접하는 순간, 인간은 철저히 동물의 한 종에 지나지 않게 노출된다. '인류는 생물체라는 점에서 여타 종의 생물과 같은 가치를 지니는가?' 라는 질문은 다윈의 진화론 이후 줄기차게 제기되었던 질문이다. 교황청은 신성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 같은 이론을 탄압하는 데 나섰지만, 점차 퍼져나가는 진화론의 맹위 아래 창조론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갔다(하지만, 오늘날 창조론은 새롭게 해석되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자연과학계는 인류와 자연을 피지배 관계로 놓았던 그들 스스로가 정립했던 이론의 모순을 피하기 위하여,..
장미, 비파, 레몬 - 에쿠니 가오리 2008. 12. 27. 작성된 글 그러고보니, 한 작가의 책을 출간 때마다 읽기는 에쿠니 가오리. 책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수업 때문에 우석훈의 책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 책은 뭐랄까. 연애를 하고 있는 내가 지금 시점에서 읽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연애를 하고 싶다.) 뭐랄까. 바람난 가족 같다. 가족은 아니지만, 그들은 묘하게 얽힌 친구 사이에, 직장 동료 사이에, 동네 이웃 사이들이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애정전선이 꼬여 있다. 9명의 등장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소설은, 1/3을 넘게 읽으면서 드디어 등장 인물의 이름을 - 일본 이름은 죄다 -코 라서 헷갈린다 - 독자로 하여금 외울 수 있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
조직의 재발견 - 우석훈 2008. 11. 6. 작성된 글 if, 미국 기업, 삼성 원래 법학과 학생이었던 내가, 사회학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군대 시절에 우연히 읽게 된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과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때문이었다. 그리고 법학의 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사회과학 서적을 읽어보며, 이런 저런 잡학적 지식을 쌓게 되었고, 수업을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사회학 수업을 시간표에 맞게 무작위로 신청하다보니, 현대사를 재평가하는 내용의 사회학의 다른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 수업에서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긍정적으로 다루는 내용의 텍스트를 접하고, 내 사고 방식에 대하여 반성적 시각을 갖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너무 좌편향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유독 우리나라..
괴물의 탄생 - 우석훈 2008. 10. 10. 작성된 글 아이가 타고 있어요. 내가 태어난 때가 1985년 12월이다. 그로부터 벌써 24년이 지나고 있다. 그 사이에 강산이 두 번은 바뀌고, 지금 세 번째 변화가 진행 중이다. 정권은 권위주의적 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바뀌었고, 다시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바뀌었다. 대우가 망하더니, 현대가 갈라지고 이제는 삼성만이 남았다. 정몽헌 회장이 톡 떨어져 저 세상으로 가시더니, 최진실도 목 메달아 하늘로 갔다.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고,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월드컵으로 나라가 들끓었다.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10년에 한번 씩은 꼭 벌어지는 듯 하다. 정말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중요하지만 내겐 쓸데 없다. 이렇게 쉴 틈 없이 질풍처럼 우리를 거칠게 몰아치..
촌놈들의 제국주의 - 우석훈 2008. 10. 8. 작성된 글 무시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안타까움. 이 책을 읽고 처음 느낀 것은 책 내용이 많은 생각을 요한다는 느낌이었다. 이는 단순한 문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글 자체는 쉽게 읽혔고, 어려운 용어는 친절한 주석이 달려 있었다. 문제는, 제국주의와 우리 자신을 연결시켜서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기 반성이 필요할 텐데, 내가 그러한 준비가 되어있는 지에 대해 회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영화나 소설 같은 매체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받을 때였다. 너무 추워서, 전쟁이 난다면 짜증나서 내가 먼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진급을 거듭할수록, 단지 내 전역 ..